장영미 하브루타 강사의 책읽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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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미 하브루타 강사의 책읽수다

루비 0 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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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중근 사진가 作

독서 수필



두번째>>오늘 내 기분은...!  


학교에서 특강을 할 때면 항상 끝나기 전 이 질문을 한다.

오늘 수업 어땠나요?”

그럼 약속이나 한 듯 입을 모아,

좋았어요.”

좀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을까?”

진짜 좋았어요.”,“정말 좋았어요.”

아이들은 내 눈치를 봐가며 경쟁하듯 좋았어요앞에 수식어를 붙인다.

너희들의 마음은 충분히 알겠는데 좋은 것도 여러 가지가 있잖아. 신나거나 즐겁거나 흥미로울수도 있고...”

그제서야 하나 둘 산발적으로 꽃망울이 터진다. 봄이 되면 서로 질새라 꽃망울들이 경쟁하듯 

꽃봉우리를 틔우는 것처럼 너도나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교실은 예쁨과 향기를 뽐내는 꽃밭이 된다.

 

그림책 오늘 내 기분은은 아이들과 감정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 좋은 책이다. 

주인공 테오의 선생님은 월요일마다 아이들에게 기분을 물어본다.

테오야, 여동생이 생기니까 기분이 어때?”

태오의 대답은,

그게, 그러니까... 모르겠어요.”

아이들은 자기의 경험에 비추어 행복할거야, 화가날거야, 자랑스러울거야등 다양한 감정들을 이야기 한다.

그 모든 감정을 다 느낀다는 테오의 대답에 아이들은 어떻게 그렇게 기분을 한꺼번에 다 느낄 수 있느냐 묻는다.

그게 오빠가 된 기분이거든!”


우리의 마음은 눈덩이와 같아서 감정에 또 다른 감정이 덧대어지면 하나의 형체를 이루며 점점 커진다.

특히 ’, ‘분노등의 부정적인 감정은 보아뱀처럼 감정들을 꿀꺽 삼켜 보이지 않게 한다

일이 잘 안 풀리거나 화가 났을 때, 상대방의 사소한 실수에 버럭 화를 내어 본 경험, 누구나 한번 쯤 있지 않은가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며 순간 아차’ 싶거나, 마음의 안정을 찾은 후 다시금 되새기며 자신을 책망하게 되는.

 

눈덩이 안에는 눈만 있는 것은 아니다. 흙먼지는 물론 개미가 옮기다 포기해버린 과자 부스러기, 누군가 잃어버린 반지가

들어있을 수도 있다

이것저것 다 빼고 나면 순수한 눈의 양은 얼마 되지 않을지 모른다

화가 치밀이 오를 때 여러 감정을 라는 이름으로 뭉뚱거려 놓은 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눈덩이처럼 감정들을 하나씩 떼어 내면 실상 남아있는 화는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숨은 그림 찾기 할 때, 처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어느 순간, 지붕에 우산이, 기둥에서는 연필이 튀어나온다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 연일 계속되는 폭염, 이래저래 살기 힘든 요즘 누구나 마음속에 폭탄 하나씩 품고 

있다

작은 불씨 하나 스치기만 해도 터질 것 같다. 화가 치밀이 오를 때, 만사 짜증이 나고 무기력해질 때 내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 보자.

짜증 뒤에 감사함이, 분노 귀퉁이에 기쁨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특히 아주 작고 잘 숨겨진 것을 찾았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지금 이 순간, 아주 잘 숨겨진 행복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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