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미 하브루타 강사의 책읽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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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미 하브루타 강사의 책읽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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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지도사. 논술 선생님. 하브루타 강사

    

독서 수필


첫번째>> 수다는 나의 힘! 

 

사람들은 나를 선생님이라 부른다.

논술선생님, 독서 선생님,

그런가하면 인문학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프로필은 나를 독서지도사혹은 하브루타 강사라고 소개하지만,

나는 그저 책 읽고 수다 떠는 사람이다.


이솝우화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새들의 왕을 뽑는데, 가장 아름다운 새가 왕이 되기로 했다.

까마귀는 다른 깃털들을 모아 한껏 치장을 하지만 결국 들키게 되고 손가락질을 받는다.

나도 한 때 까마귀였다. 각종 자격증으로 나를 치장하고 대단한 사람처럼 보이려 애썼다.

다행히 들키기 전에 부질없는 것임을 깨닫고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모조리 벗어던졌다.

오롯이 만 남았다. 그런데 이제는 남아 있는 내 깃털을 보며 처음부터 내 것이었는지,

오래 달고 있다보니 내 것이라 여기는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교육계에 종사하면 어김없이 주어지는 선생님이라는 호칭도 그 중 하나다.

오랫동안 수업을 하고 있지만 이따금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불편할 때가 있다.

그리고 어김없이 따라오는 질문. 내가 잘하고 있는걸까? 과연 이 길이 나의 길인가?’


그날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무척 힘들었다.

물 먹은 솜처럼 늘어지는 것을 의자 등받이에 지탱하며 겨우 버티고 있었다.

그런 나를 가만히 지켜보던 4학년 남자 아이가 조심스레 물었다.

선생님, 어디 아파요?”

사랑에 굶주린 사람처럼 나를 향한 관심에

들떠 있는 증상 없는 증상 다 읊어대는데 아이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 너는 선생님이 아프다는데 웃음이 나?”

그게 아니고요. 선생님 아프면 오늘 수업 안 해도 되잖아요.”

사실 그랬다. 수업이고 뭐고 약 먹고 한숨 푹 자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런데 막상 아이의 말을 듣고 나니 오기가 생겼다.

아니~ 나 수업 할거거든. 너 좋아하는 거 보기 싫어 기필코 수업 한다.”

아이의 눈높이는 개뿔, 같이 있다 보면 수준이 같아진다.

유치한 기싸움으로 시작된 수업.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물 먹은 채

축 늘어졌던, 마르지 못할 만큼 젖어있다 생각했는데,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깃털처럼 가볍고 뽀송뽀송해지고 있음을

느꼈다. 수업이 끝날 즈음엔 말끔히 말라 몇시간이고 더 떠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수다의 힘을 새삼 느끼며,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이 일을 즐기고 있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은 먹으면 배출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탈이 난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이유로 여러 학교에서 아이들과 글똥누기를 한다.

글을 읽고 떠오르는 생각을 글로 쓰는 것이다.

하지만 성인들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반면 말은 청산유수다. 가끔 글 쓰기 힘들어 하는 사람에게,

지금 말한 걸 글로 옮겨보세요.” 하면 손사래를 치며,

에이~ 말은 글이랑 다르죠.” 라고 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글쓰기가 힘들면 수다라도 떨어보자.

수다를 떨다 보면 글이 쓰고 싶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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