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 특선 詩*83- 정호순 시인의 시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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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 특선 詩*83- 정호순 시인의 시세계

모과 0 73

 

내 안의 사랑 - 정호순

 

-아내를 간병하며-

 

 

내 가슴에 구멍을 내고 들어와 앉은 사람아

밖을 나가도 들어와도 내 안에서 숨 쉬는 사람아

 

 

내보내도 나가지 못하는 사람아

 

그 안에 당신이 있어 내가 있고

내가 있어 당신이 있네

 

 

태풍처럼 내 가슴에 창 하나 내고 들어온 당신

들어와선 나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머문 당신

 

 

내보내도 나가지 못하는 사람아

 

그 안에 당신이 있어 내가 있고

내가 있어 당신이 있네

 

 

그 안에 당신이 있어 내가 있고

내가 있어 당신이 있네

 

 

 

 

비빔밥-정호순

 

 

혼자 부르는 노래는 싱거워요

 

 

누가 밥이고

 

누가 나물인가요

 

 

잘난 척

 

도도한 척 말아요

 

 

보셔요

 

나물님, 밥님

 

 

나물이 밥을 껴안으면

 

밥이 나물이 되고

 

밥이 나물을 껴안으면

 

나물이 밥이 되지요

 

 

서로서로 섞이면

 

비빔밥이 되는 거지요

 

 

 

 

 

 

너를 향한 송가 - 정호순

 

어느 산을 넘다가 굴곡을 만났는가

깊고 험한 골짜기 오도 가도 못하네

빈 주소 찾아가다 지쳐 쉬고 있는데

응답이 없어도 홀로 부르는 내 노래

불통 된 주파수는 이어질 줄 모르고

두절된 전파 속에 잡음만 들리는데

그대 곁에 못 가고 나 홀로 불러보네

응답이 없어도 홀로 부르는 내 노래

 

 

시인의 낙관 - 정호순

 

 

 

유명한 시인이 아니라 뻘쭘한 시인이라도

 

어머니처럼 고향처럼 자화상

 

시 한 편쯤 썼을 테지만

 

노천명 시인의 사슴과

 

임영조 시인의 염소를 찾아서 1, 2, 3

 

자화상 제목의 시 편보다 더 자화상 같고

 

자화상에 어떤 이는 서정주 시인을 떠올리고

 

그래도 자화상 하면 윤동주 시인이

 

먼저 연상되는 것을 어쩐다

 

 

창창한 어느 시인이 낡고 통속적이고 상투적이고 진부하다고 해도

 

진달래꽃은 김소월 시인의 것이요 구름처럼 떠나는

 

나그네는 박목월 시인의 것이며

 

세상의 별이란 별은 몽땅 윤동주 시인인 것처럼

 

세상의 갈대란 갈대는 몽땅 신경림 시인의 것이라 한들

 

위대한 시인 앞에 누가 이의를 제기할까

 

 

그나마 얼마나 다행이라 국어사전은

 

자화상과 나그네가 고유명사가 아니라서

 

 

일반명사에는 저작권이 없으니

 

고여 있는 물 다시 퍼다 쓴다 한들

 

그 누가 물 값을 내라할까

 

 

짓고 싶은 나의 집-정호순

 

 

척박한 터를 닦아 기둥 세워 지붕 얹네

지은 집 어설퍼라 부수고 또 부순다

언젠가 번듯한 한 채

그대에게 드릴까

 

 

낯설고 새로운 집

 

정답고 그리운 집

짓다가 허물다가 허물다 또 짓는다

지은 집 어쭙잖은데 해 저물고 놀 진다

 

 

오종종 살아온 날 발밑에 깔려있다

신발 끈 졸라매고 달려온 지난 세월

언젠가 짓게 되겠지 너와 나의 보금자리

 

 

 

계간하늘(2025년 봄호)

 

 


 

짓고 싶은 나의 집-정호순

 

 

 

척박한 터를 닦아 기둥 세워 지붕 얹네

지은 집 어설퍼라 부수고 또 부순다

 

언젠가 번듯한 한 채

그대에게 드릴까

 

낯 설고 새로운 집 정답고 그리운 집

짓다가 허물다가 허물다 또 짓는다

 

지은 집 어쭙잖은데

해 저물고 놀 진다

 

 

 

년간강원시조(2024 39)


 

무명 시인- 정호순

 

 

시인이 뭐 특별하다고 으스대는가

 

시가 뭐라고 지성인의 쌀이니

 

지식인의 도락이니 우쭐거리며 곤댓짓 하시는가

 

바보상자 먹방에게 시선을 빼앗기고

 

감동은 눈물 찔끔 흐르게 하는

 

삼류 저녁 일일드라마보다 못하고

 

삼각관계 기억 상실증 재벌 자식 출생의 비밀을 유발하는

 

불륜 주말 연속극보다 재미도 흥미도

 

궁금증도 일으키지 못하는 것을

 

어느 시인은 시집을 주면

 

라면 냄비 받침대로 쓰인다 조소하였고

 

어느 평론가는 축구, 탁구, 배드민턴 같은 취미

 

기호식품 오락이나 다름 아니라 했는데

 

읽히지도 않는 시집을 먹고 싶은 것 참고

 

수전노처럼 아끼고 모아, 모아

 

어렵게 시집을 낸다 한들

 

잔칫날 밥 선심 쓰듯 여기저기 무료로 노나주고

 

없는 시간 쪼개어 쓰고 보내 준

 

동병상련 고마운 시벗들에게

 

유유상종 품앗이하듯 답례품으로 쓰이고

 

혹시나 읽어줄까 꽤나 알려진 시인, 평론가에게

 

여기저기 사방팔방 딸 시집보내듯

 

정성스레 포장해 보낸들

 

누런 겉옷 벗지도 못하고 벽 한쪽 책 탑을 쌓다가

 

어느 날 먼지 쓴 채로 길거리로 쫓겨나는 것을

 

시는 산문보다 그나마 생명이 길다고

 

유통기한에 기대 보지만

 

데릴사위 촌계관청처럼

 

오픈 서점 구석 자리 앉지도 못해

 

인터넷 가상 공간에 뻘쭘히 서 있다가

 

잉크가 마르기도 전 시샘 바람에

 

벚꽃 떨어지듯 우수수 쏟아져 나오는

 

또 다른 무명 시집의 파상공격에 패잔병처럼 흩어진다

 

 

유명 시인 상 받는 자리 뒷줄에 둘러리로

 

자조적 웃음 물개박수 쏟아내며

 

언젠가는, 언젠가는 빛을 볼 거라는 희망에

 

어쩔 수 없이 써놓은 시를 묶으려고

 

애면글면 또 들여다보고 있는

 

세상 물정 모르는 바보 같은 멍청이

 

 

 

계간하늘 110(2023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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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순

 

대구신문신춘디카시공모전 장려상

1, 2회 문경연가디카시공모전입상

시하늘 문학운영위원

강원디카(시조)시인협회 정회원

디카시집 역사문화탐방- 보고 듣고 걸으며

서울중랑디카시인협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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