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전국 석정문학상(기성작가) 당선작 연재, 전체 대상의 괴석도 -이둘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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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전국 석정문학상(기성작가) 당선작 연재, 전체 대상의 괴석도 -이둘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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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대상 당선작( 시 부문) <괴석도*> 이둘임


괴석도*

 

 

층층이 삐뚤어져 아슬하다

 

책이 책을 이고 그 위에

책을 중첩한 기개는 문인화 닮았다

 

오랜 시간 몸에 박힌

책 속의 뼈처럼

무언의 칼날이 번쩍이듯

가늠할 수 없는 깊은 뜻 감추고

반항이 꿈틀거려도

비바람이 흔들어도 굴하지 않고

 

위태한 바위 곁 지키는

풀꽃과 이끼랑

공생하는 음덕이 듬직하여

삐뚤어진 돌탑 모서리마다 빛을 발한다

 

비록 벼랑의 돌이지만

언젠가

구름 덩어리가 피어오르듯

솟구쳐 산이 되리라

 

수묵에 담은 서사

작은 소우주 천지의 뼈를 담고

고요히 내 안으로 들어온다.

 

 

*석정 이정직 괴석도8곡병 5






석정에 물들다

 

   

그의 연대기 찾아 아픈 시간과 대면한다

 

안으로는 말세의 풍습이 걷잡을 수 없고

밖으로 서세동점西勢東漸의 파도가

조선을 덮치며 서구 열강의 그림자가 옥죄고 있던 암울한 때

 

한없이 무거운 왕명 받든 사행使行

천길 먼 길 두렵지 않았다

 

낯선 땅 회동관*에서 막막하던 심정

고뇌 끝 연경 서가에서 눈을 뜬

칸트康德와 베이컨培根 철학

빛이 되어 캄캄함이 깨어나 밝음이 스며들었을까

 

붓 벼루 꺼내어 천길만길 뜨거운 결의로

며칠 낮과 밤 지새워 묶어 영혼 담은 서책

새 시대로 가는 길라잡이 빛을 발한다

 

격동의 바람을 안고 앞서간 선비

두 눈이 시리도록 일대기를 오가며 석정石亭*에 물들어

감히 바랄 수 없는 바람의 길이지만

나와 부합되는 길을 두드린다.

 

 

* 연경의 조선 외교사절단 숙소

* 이정직李定㮨 (1841-1910)






진북사 관등*     

 

빽빽한 관등의 대열 휘황찬란하다

경내 초파일 관등을 하고

장관 이룬 현등 아래 모인 남녀노소

누구나 구별 없다

아이 업은 아낙네

초립동 쓴 젊은이

양반 어르신

하인 대동한 기생

강아지도 동행하고

붙들고 싶은 봄날

야금이 해제된 부녀자

해방구를 찾아 혼곤히 취해

흥청거리는 축제 분위기

온화한 미소 띤 불상

부처님 향기 어린 목탁 소리에

모두가 하나같이

두 손 모아 고개 숙여 합장한다

삶을 밝히는 빛

귀천 없이 오롯이 한 해의 복을 기원한다

누대가 아름다운 등불

어두운 밤을 덮었다.

 

* 석정 이정직 풍속화

♬당선소감♬

시를 공부하는 것은 계단을 밟고 오르는 것 같습니다.

어느 날은 계단에 주저앉고 싶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 채찍처럼 제게 가르침을 주신 선생님들의 얼굴이 떠오르기도 하였습니다.

다른 시인들의 시집을 펼쳐 반복하여 읽으면서 사물이 말을 걸어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석정 이정직 선생님의 문학상 안내문을 읽고 어떤 분인지 많이 궁금했습니다.

인터넷을 뒤지고 책을 사서 읽어보고 어렴풋이 어떤 유학자이셨는지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35년 가까이 외교 관련된 일을 하여 격동기 조선의 외교관이었다는 점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칸트와 베이컨 철학을 우리나라에 최초로 소개하고 서학 도입에 앞장선 유학자이지만

서화를 그린 분으로서 예술성 또한 뛰어난 작품이 많다는 점을 깨닫고 여러 작품을 살폈습니다.

말을 걸어 온 작품과 대화를 해 보았습니다.

그분의 정신을 느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문학상을 제정하신 문중과 주관하는 신정문학에 감사드리며

저의 작품을 선정해 주신 심사위원들께도 감사드립니다.

 겸손한 시인이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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