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발표(상반기3~6월)

공모전

김해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발표(상반기3~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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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문학 월 밴드기획(3, 4월 당선작)


★3월 김해일보 신춘작★

 최우수 -계절의 길목 / 김마임

 최우수 -어매꽃 / 조일규


★4월 김해일보 신춘작★

최우수 -손수레 / 박이동

최우수 -창식이형(99) / 임상근

3월

♬최우수작♬


계절의 길목


       김마임


그대를 만나면 반갑기도 하겠지만

그대를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눈앞에 그대 얼굴이 아른거리지만

지금은 그대 곁에 있을 수 없는 까닭입니다


그대와 나는 한 때 가장 가까운 사람였지만

이제는 한없이 멀리 있는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그대 가슴속에 내가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내 가슴속에는 그대가 늘 있어도

흐르는 세월 속에 우리의 간격은

점점 멀어져만 갑니다


봄이 오는 길목은 언제나 아리고

추운 계절이었습니다

우리의 겨울이 그대와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아스라한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아롱아롱 다가와 따스한 기운이

우리의 온몸을 녹여주면 좋겠습니다


그대와 난 서로 겨울이었다 할지라도

돌아오는 계절처럼

봄날이 돌아와 교차하듯이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은 시시각각 변하지만

참으로 진정한 사랑은 변하지 않는 것인데

그래도 변하지 않은 그대가 되길 바라고

내가 또한 그대에게 변하지 않는

사랑으로 남고 싶습니다


그대를 생각하면 가끔 눈물이 납니다

그대와 더불어 또다시 계절은 쉼 없이 변하고

그렇게 또한 우리는 서로가 늙어 갑니다





♬최우수작♬


어매꽃


    백토 조일규                                         

                               

꽃이시여 그대는 옷고름 적셔 울고 웃을 새도

앓아누울 겨를도 없이 한 송이 꽃으로 사셨네

여름 낮 입술이 갈라지고 등허리가 꺾이도록

싫은 내색 한번 않고 일에 묻혀 사셨네

그늘 한 조각 없는 밭두렁에 걸터앉아

흙 묻은 손 털 새 없이 적삼고름 풀어

젖가슴을 내주시던 사랑의 꽃이시여 


땀으로 눈물로 호밋자루가 다 닳고 닳도록

밤낮 없이 일만하면서도 괜찮다 나는 됐다

찬물 한 모금까지도 자식에게 먼저 주셨네

이 세상 어떤 꽃에도 없는 된장 간장 내음 

흙냄새 땀내까지도 꽃향기가 되어서

문 열고 밥 재촉 하던 철부지 자식들의 

주린 허기를 달래 주던 사랑의 꽃이시여 


어느 비바람 치던 밤이면 돌아누워

바람결에 흩날리듯 흥얼거리던 구성진 타령은

가슴에 묻은 자식을 보내지 못한 눈물이고  

품안에 자식 앞날을 빌던 기도의 꽃이시여

그 꽃은 이제 남은 날 모두 

나의 고향이 되고 별이 되어서

닮아 따라 나설 길이요 사랑의 꽃입니다






4월

♬최우수작♬


손수레


     박이동


빈속을 채우기 위해 거리를 나선다 

허름한 복장과 텅 빈 주머니로

골목길을 두발로 굴러가며 눈에 불을 켠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버려진 삶이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삶인 것이다 

담장 높은 집 창문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이

앞을 환하게 비춰 줄 때면 고맙기도 하지만

서러움이 가슴을 아프게 찌른다


어깨가 무겁고 삐꺽 소리가 날수록

즐거움이 배가되며 안 먹어도 배부르다


때로는 쫓기며 두 발이 터지기도 하지만

무지개 꿈은 새벽길을 또다시 연다

타인을 의식할수록 얼굴을 감추기도 하지만

나에게도 아침 햇살은 평등하게 온다.


언젠가는 싼타 썰매가 될 수 있다는 꿈으로 

골목길 가로등 스위치를 켠다.





♬최우수작♬


창식이 형(99)


         월성 임 상근


봄 들판에서 이마에 흐르는 땀 훔칠 때

논둑길 저편에서 새참 보따리이고 건너온다

시원한 백김치 국물 까만 감자떡 한 그릇

어릴 때 썩은 떡 안 먹는다고 

도망가던 생각이 그림처럼 일렁인다


여름에 감자 수확하고 작은 감자 모아

큰 고무대야 알이 작은 감자 가득 담아

비닐 씌워 삭히는 감자가루

지독한 냄새 진동하던 우물가

여러 번 물 갈아 감자 전분 가라앉으면

커다란 하얀 광목 보자기 펴고 말렸다


뽀얀 감자가루 손으로 만지면

뽀드득뽀드득 소리 재미있어 

형하고 둘이서 장난치다 감자가루 하얗게 흘리면 

엄마 눈이 커지고 하얗게 꾸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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