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남명문학상 심사 결과 수필 부문 우수상 이경훈 3

공모전

제2회 남명문학상 심사 결과 수필 부문 우수상 이경훈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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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이경훈 수필가


서로 다투지를 않는구나

자연의 순리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 법한 세월을 살았지만 아직도 모르는 것들 투성이다.

생의 절반동안을 자연현상보다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현실의 과제수행만이 최선이라고 여기며 살아온 탓이다.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듯 바람이 불어온다. 한손으로 헝클어지는 머리카락을 누르고 다른 손으로는 옷깃을 꼭

여미며 부여잡는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그건 진정한 봄이 아니라고, 이맘때는 으레 그랬지 않느냐며 고개를

끄덕인다. 봄은 찬연한 햇살이고 훼방꾼인 바람이 공존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삶을 둘러싼

내 무지에 대해, 조금 만회하는 기분이다.


담색의 마른 풀들 사이에 보라색으로 화려하게 피어있는 여리고 작은 꽃 무더기를 발견했다. 자세히 보지 않아도

눈에 띄었던 건 근처 풀밭 사이의 꽃은 오직 한가지뿐이었다. 희소가치에 힘입어 더 돋보였겠지만 참으로 싱그러웠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검색하니봄까치꽃이었다. 야생화에는 도통 문외한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당연히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손에 닿기만 해도 툭 떨어져버린다는 이 꽃의 꽃말은기쁜 소식이었다. 저녁이 되면 낮에

피었던 꽃은 떨어지고 다음날 새로운 것을 피워 올린다고 한다. 추운 겨울 내내 소생을 꿈꾸며 예비하다 결국 피워 낸,

봄에 걸맞은 꽃이다. 결별과 신생의 주기를 너무나 잘 알아 스스로 생명을 유지하는 순리에 저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봄은 어수선한 세상사에 미동도 없이 어느 순간 살며시 다가와 분주하게 진을 치고 앉아 두리번거리며 퇴장할 순간을

엿보고 있다. 평행선을 달리듯 정돈된 질서 속의 자연은 시간에 따라 온도와 바람과 꽃의 이야기들을 늘비하게 펼쳐놓는다.

그러다 때가 되면 여러 번 리허설을 한 것처럼 작은 혼란조차 없이 심상하게 툭 툭, 등장하는 것이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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