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남천 장태운 시낭송대회 본선 지정시 제시 * 택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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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남천 장태운 시낭송대회 본선 지정시 제시 * 택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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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으로 쓰는 편지 정태운

 

밤으로는

긴 편지를 쓰는 시간

숨겨 두었던 마음들이 열리고

전하지 못했던 사연들이 활개를 친다

 

썼다 지우기를 반복해도

설렘의 미소는

벌써 그대라는 사람에게 가있다

 

지난날

그대와 있었던 이야기를 적고

내일 그대와 나눌 이야기를 귀띔한다

 

밤으로는

그리움의 편지를 쓰는 시간

못다했던 이야기를 적고

아쉬웠던 헤어짐의 순간을 다시 나누고

 

밤새

그 편지를 채우기 위해

별과 달은 창 너머에서 지키고 섰다

 

밤으로 쓰는 기나긴 편지는

별을 바라보며

그립고 아쉬운 사랑을 적고

가슴을 열어 쓰고 또 쓰도 다 못하여

매일 밤

또 다시 쓰는 밤의 노래

 

 

 

 

 

 

 

보지 못한 첫눈 그 사랑 정태운

 

바람처럼

왔다가 갔군요

잔설이라도 남겨

흔적이라도 남겼더라면

첫눈의 감응에 세월을 거슬러 갔을 것을

 

왔다가 갔다는 소식

풍문으로 들었건만

정말 다녀간 건 맞긴 맞나요

 

그날의 그 약속도

지켜지지 않은 사실처럼

서로에게 다른 첫눈의 맹세

그대에겐 어제가 나에겐 오늘이 첫눈

 

보지 못한 첫눈에

그 사랑도 보이지 않는 약속으로

눈이 내렸나 봅니다

 

 

 

 

 

 

 

봄마중 정태운

 

봄볕에 스며오는

그리움

꽃향기에 묻어오는

보고픔

기다리다 지쳐 부르는

노랫소리 듣고서

아지랑이 따라 사랑 피어오른다

 

네 향기 고와

미소 진 마음들이

슬그머니 품속으로 안겨오는

봄 동산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새싹으로 돋아나고

새 풀 옷 입은 봄처녀 제 오신다

 

풀잎 풀잎마다

이슬 머금은 봄 아침은

영롱한 이슬 같은

사랑하고픈 이들의 소망이

산과 들에 가득해지고

나도

고운 사랑 나누려 봄마중 간다

 

 

 

 

 

 


비의 자유 정태운

 

그대의 모습이 그리워

초록을 처마끝에 매달았습니다

 

떨어지지 않으려는 사랑은

또 다른 빗방울에 밀려

낙수가 되고

 

개울가에 여울진 물은

강가에 이르러

바다로의 꿈을 키웠습니다

 

강물에 실린 낙수는

이졘

빗방울이 아니랍니다

꿈을 찾은 자유입니다

 

그대가 그러하듯

 

 

 

 

 

 


사람 내음이 나는 사람이고 싶다 정태운

 

꽃이 피어 향기가 없으면

벌 나비가 모여들지 않고

사람에게서 사람 내음이 나지 않으면

주위에 사람이 없다

 

꽃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향기가 없으면 벌 나비가 알지 못 하듯이

사람도 마찬 가지다

너무 완벽을 기한다든가

인간미가 흐르지 않는 사람에게

무슨 정이 있어 사람이 모이겠는가

간혹있다면 자기의 이익을 위해

비굴하게 아첨하는 인간이 있을 뿐이다

 

조금 어수룩해도

조금은 실수가 잦아도

한데 어울려주고

같이 기쁘하고 눈물 흘리며

고난의 순간에

따뜻한 위로의 말 건낼 줄 알고

손 잡고서 등 도닥여 주는

그런 향기가 나는 사람이

나 였으면 좋겠다

 

 

 

 

 

 

 


사랑도 와인처럼 정태운

 

샤르도네 익어가는 날

달콤한 사랑도 익고 있어요

 

카베르네 소비뇽

수확할 시절이면

사랑도 영글었어요

 

으깬 머스트가

발효되고 숙성되듯

이 가을

내 사랑도 바리크에 옮겨 봅니다

 

 

 

 

 

 

 

 

사랑한다고 말할 때 사랑의 꽃이 피고 정태운

 

사랑한다 말할 때

사랑 꽃이 핍니다

 

침묵하는 마음은

꽃을 피우지 못하고

쓸모 없는 땅이 되기에

나타내지 않는

그 마음을 알아달라 하지 말아요

 

닫혀 있는 마음을

어떻게 알수 있나요

언제나 오해와 섭섭함을 만들고

황폐한 토양으로 변하게 해요

 

싹을 틔우지 못하는 동토

얼고 거친 대지 위에

무엇이 자랄 수 있을까요

 

사랑하면 사랑한다 말하고

그리우면 그립다 말하고

섭섭하면 섭섭하다 말해요

닫힌 언어로 알아주기를 바라지 말아요

 

당신의 정원에 꽃을 피우기 위해

사랑한다 말해요

사랑한다고 말할 때

사랑의 꽃은 피어 납니다

 

 

 

 

 

 

살아가며 가끔은 정태운

 

살아가며

그리움 하나쯤 품어 가도 좋겠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

가끔 알 수 없는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알 수 없는 누군가를 기다려 보며

눈가에 맺힌 의미 없는 이슬이라도

나도 그리움 하나쯤 가졌다

이야기할 수 있으니

 

살아가며

가끔은 눈물 한 번쯤 흘려도 좋겠다

행복에 겨워 미소 머금고 살아도

사랑에 겨워 삶의 향기 향기로워도

아픔 가진

누구네 눈물의 이유를 알고

누구네 아픔의 크기를 알아

아픔에 공감하여 위로해 줄

거짓 없는 마음을 가질 수 있으니 말이다

 

살아가며

가끔은 혼자이어야 한다

사랑 가득 받고

사랑 나누고 외로움 모르고 살면

지금의 사랑에 겨워 투정으로

고마움 모르고 살아갈까 봐

가끔은 한 번쯤 혼자이어야 한다

 

살아가며

자기가 가진 것에 대한

고마움과 만족을 모를 때

우리는 또 얼마나 불행하며

원망과 야속함을 느끼며 살까

 

살아가며

가끔은

그리워하고

눈물도 흘리고

떨어져 혼자가 되어 보아야 한다

 

 

 

 

 

 

 

세월이 두려운 까닭입니다 정태운

 

울고 싶도록 서러운 것은

울고 싶도록 서러운 세월 때문입니다

 

죽음보다 두려운 것은

죽음과 함께 하는 이별 때문입니다

 

열정을 지우고

사랑을 식히고

육신을 허무는 세월

그 세월 앞에

그대도 나를 떠날까 두려운 까닭입니다

 

맹세에 맹세를 거듭해도

허망한 맹세

 

태양에 항거하던

장미도 지고

녹음을 자랑하던 잎새도 물들고

그리고

그 잎새도 낙엽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시를 쓰는 사람은 /정태운

 

단정한 몸가짐으로

파란 하늘을 바라보고

갈대 우거진 그 길을

노래하며 걷고

솔향기 그윽한 오솔길을

사색하며 발걸음 옮기는 사람.

 

물소리 듣고

풍경소리 듣고

바람 소리 듣고

새소리

조근 대는 사람 소리도 듣는 이.

 

너의 마음도 알고

나의 마음도 느끼고

세상의 마음도 깨우치는 사람.

 

배려하고 배려해도 부담이 없고

맑은 눈으로 사물을 읽고

깨끗한 마음가짐으로 일상을 노래하는 이.

 

모든 이들이 함께 따라 해도

모든 이들이 즐겨 읊어도 부끄럽지 않은 시

그런 이가

그런 시인이 시를 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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