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남명문학상 심사 결과 -시 부문 최우수상 권덕진
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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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9 09:24
제2회 남명문학상 시 부문 최우수상 권덕진 시인
지게
권덕진
사내의 허리에서 뿔이 자란다
등껍질을 뚫고 자란 연한 살결이
소 잔등보다 거칠고 딱딱하다
멍에를 옭아매고 살아온
곱은 허리는 꺾이고, 흉터뿐이다
두 뿔을 의지한 채
삶을 지고 걸었을 사랫길
사내의 진한 세월이 풀뿌리마다
성성하다
사내의 지게에 걸터앉아
목말 태우던 살터는
편안한 안식의 보금자리
어깨에 짊어진 등짐을 둘러메고
된시름 뒤스르다
곳간 한 귀퉁이 다리가 부러진 지게
봄 기지개 켜도록
꽃잠 몰아 자는 구부정한 등판 위로
봄싹이 움터오는데
뒤척임이 없다.
◐당선 소감◑
단비가 촉촉하게 내리는 봄날, 산해정 진성문에 오를 때 바라본
산발치가 온통 봄꽃이 만개하게 피어 세상을 굽어보고 있었습니다.
산해정에 대를 심으며
남명 조식 선생
대는 외로울까 외롭지 않을까?
소나무가 이웃이 되어있는데
바람 불고 서리치는 때 아니더라도
싱싱한 모습에서 참다움 볼 수 있네
남명 선생께서 후학을 일깨우고 참된 선비정신과
실천적 성리학은 우리에게 참 좋은 귀감이 되어 후대에 전합니다.
산해정 곳곳을 거닐고 선 돌아오는 길, 남명문학상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뜻깊은 상을 받게 되어 무한한 영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