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김해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공모전

2022년 김해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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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김해일보 신춘문예 영예의 전체대상 당선작은 <우주, 부풀다>의 전영귀 시인이다.


아름다운 현실의 꿈과 희망을 갖는 청년들이 사랑하고

사랑받는 시대가 어느 날 보이지 않은 과거가 되었다.

청년들에 <꿈과 희망>은 생존 지속형 삶의 영위가 되어야 하는 데도

10명 중 고작 4명 정도만 취업을 한다는 현실에 실의에 빠진 많은 청년들이 방황하고 있다.

저성장 시대일수록 고용이 가장 불안정한 세대가 20대라 한다.

전세금을 마련 못해 결혼을 꺼리는가 하면 아예 비혼을 선언하기도 한다.


그런 상황에 처한 청년들이 멀리 있지 않았다.

한 집 건너, 또는 우리 모두의 집안 조카 몇몇도 그 부류에 든다.

미래가 불투명으로 가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더욱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고

흙수저 자녀들이 우울감에 영혼을 놓을 때

정책적 혜택으로 자립해 나가는 청년 가게를 접하면서 시인은 한 편의 시로나마

감사와 격려와 응원을 보태고 싶었음이 시의 정서에서 충분하다.

  현실적으로 청년 애로의 시사성으로 접근하여 무엇으로라도 위로가 되고 싶음이

 역력한 시인의 감성을 끌어 낸 점과 시적 표현의 참신성에서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 되었다.

현실적 정서를 잘 표현한 작품은 세상의 위로다.

       -총 심사평: 박선해 시평가 남명문학 회장
        심사위원: 허남철 한국문인협회 김해지부장 평론 칼럼리스트


전체 대상 우주, 부풀다 / 전영귀(7월 최우수작)
 당선 소감문 -나만의 템포로 / 전영귀
  구름의 말을 기다림의 시로 필사했습니다.

밤마다 폭설은 숲을 먹어치우고 어둠은 나의 은유를 삼켰습니다.

 그 겨울 내내 나만의 템포로 행간 속에서 바장였지요.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 시는 잠깐 비쳤습니다.

그 아침 직유처럼 햇볕이 당도했을 때, 내 귀는 시를 들었습니다.

어쩌면 나를 지우는 작업이 시가 아닐런지요.

부재와 냉소를 지우고, 색채와 향기를 지우는 일 말 입니다.

나는 늘 진실에 복무하고 싶었습니다. 대상의 심연을 치고 들어가 함께 살고 싶었습니다.

   긴장의 끈이 느슨할 때 즈음, 방하착 선물처럼 당선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순간 기쁨보다 두려움이 앞섭니다. 나의 발걸음은 빠르지 않습니다.

그저 시의 행간 속에 오래도록 머물겠습니다. 언어의 골목을 꾸준히 살피겠습니다.

갑자기 구월에 들은 뻐꾸기 소리가 그립습니다. 겨울 흰 눈 속에서 이팝꽃이 피는 것을 봅니다.

주저앉거나 일어서거나, 또 다른 발칙한 모습으로 태어나야겠지요.

시의 자양분이 되어주신 텃밭시학과 문학의 뜻을 함께하는 문우들,

늘 따뜻하게 격려해 준 가족들, 그리고 부족한 시를 수상의 영광에 올려주신 심사위원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전영귀 프로필>
경북 성주 출생. 영남문학 시 부문 신인상. 남명문학상. 한국꽃문학.
경북관광문학. 백일장 2회 수상. 시집 《더 깊이 볼 수 있어 다행이야》



우주, 부풀다 / 전영귀(7月 최우수작)

지구 한 켠 벅차오르는 이 소리 들리나요?
이슬이 체온을 말리는 동안
서둘러 어둠의 끝자락을 채에 걸러야겠습니다
막 돋은 햇살을 이스트로 쓸까 해요
해가 불쑥 솟기 전에 우주를 빚는 일이 시급하군요
화덕은 이미 은하수 건널 채비를 끝냈으므로
빈틈이란 영악해서
어디든 뿌릴 내려 웃자라려 하지만, 그럴수록
영롱한 별들로 속을 꽉꽉 채워야 해요
여명 한 조각 들여놓고 살짝 졸아도 좋겠어요
돈을 버는 일이 궁한 사람에겐
그저 졸음 겨운 일이므로
꾸벅거리는 동안 총총히 오늘이 움트고
갓 녹은 버터 향이 푸른 문을 열어젖힙니다
달달한 나의 아침을 함께 마셔요!
미래를 한껏 부풀리는 여기는
청년 지원 가게 <우주빵집>입니다


접착 / 이상주(7월 최우수작)

아직 나름 파랗답니다
조금 아픈 것 같아 보이긴 하네요
여기저기 색이 바래는 건
갱년기라서 그런 건 아닌데
어째서 나는 벌써 끊어져 나가야 하나요
바람에 살랑이는 몸짓이 가벼워 보이나요
다 덜어내고 남은 것이 껍질뿐이라서 그런 건
아닙니다, 아직은 남은 것도 많은데
비가 오기를 기다려요
말라버린 몸으로 땅에 엎드려 있다가
바람이 불면 휩쓸리기 마련이지만
비를 눈물대신 머금으면
빗자루로 쓸어도 쓸려가지 않게
착 달라붙을 거에요
이렇게 착 붙은 접착이
당신의 가슴 위였으면 좋겠어요
겨울이 온 뒤에도
당신의 기억속이면 좋겠어요
아무도 탓하지 않고, 가만히 붙어있겠어요

아버지가 보낸 편지 / 김두기(8월 최우수)

애비야 밥은 묵고 댕기나
나가 에나로 니 보고 싶어 핀지 하는 것이 아이다
옆집 6촌 아재 집에 어제 아들이 댕겨 갔다
손주까지 와서 그 아제 어깨가 산보다 더 높게 올라갔다
내가 부럽다는 말은 꼭 아이다 몇 칠전 두릅 보냈는데 받았냐
궁금해서 전에는 전화도 한 번씩 하더니 코로나 그 놈 때문에
잘 지내고 있는지 혹시 걸려서 소식 못하는지 하루가 걱정이다
대식이가 새끼 5마리 낳았는데 너는 어떻게 되었나 고슬고슬하게
윽수로 이쁘다 손주 같으면 올매나 좋겠냐 꼭 손주 보고 싶다는
말은 아니고 요즘 애들 키우기 힘들다고 하니 애비가 미안하다
촌부지렁이 라서 도움도 못주고 밥 잘 챙겨 묵고 아프지 말고
그리고 너거 엄마 묏등에 풀 베는데 너거 엄마가 이제 오라고
하는 것 같은 목소리 들렸다 나도 이제 갈 때가 되었는갑다
낼 모래 너거 엄마 제삿날인데 알고는 있어라


초월(超越)의 영역에서 / 김단(9월 최우수)

친구야
흘러가는 세월의 강가에서
우리 바람처럼 순응하며 살아가세
바람이 있기에 꽃이 피고 꽃이 져야 열매가 열리거늘
어이 떨어진 꽃잎만 들고 그리도 성급하게 주저앉아만 있는가
바람이 달려가는 숲길에선 가녀린 들꽃마저도
저렇게 즐거이 노래하고 춤추는데
친구야
피지 않으면 꽃이 아니고
불지 않은 것 또한 바람이 아니며
멈춰 서버린 모든 것 또한 세월이 아니라네
태초 원시의 삶은 희극과 비극이 아닌
무미건조한 한편의 드라마였다는 건 충분히 알진데
아둥거리고 바둥거리며 살아온 삶의 도중이지만
이른 아침 거울가에 비친 삶의 주름이
그리도 친숙하게 느껴지는 건 어이 된 일일까
괜스레 창틀 너머에서 살짜기 불어오는 바람에
눈시울이 붉어지는 건 또 어이 된 일일까
친구야
우리 삶의 의미를 부여하지 말아보세
하나하나의 행동에 감정을 대입하지 말아보세
초월의 나이
깊은 각성은 통속한 세월을 보는 한 단면일 뿐
이제는 눈으로 일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도 삶을 볼 줄 아는
그런 혜안을 가지고 살아가 보도록 하세
태초부터 초월이라는 단어 속에는
무한이라는 제한 선은 없었으니까
친구야
우리 이렇게 살아가세
물처럼
바람처럼
저기 저렇게
두리둥실 흘러가는 저 뭉게구름처럼 말일세.


신불산 억새 평원으로 가야겠어요 / 백홍 이사빈(10월 최우수)

신불산 억새 평원으로 가야겠어요
바람의 눈물 보고 싶거든요
그곳에는 늘 바람이 울지요
사시사철 바람이 우는 계절이지요
누가 생각이나 하겠어요
바람이 울고 있다는 것을
바람의 울음소리 들을 수 있다는 것을
바람의 울음소리가
노랫가락으로 들린다는 놀라운 사실을
아무도 모를 거예요
귀 기울여 가만히 들어 보아요
흥얼거리지 않고는 못 배길 거예요
신불재 능선 따라 걷다 보면
바람이 흘리는 은빛 눈물 보게 될 거예요
그 눈물에 촉촉이 젖어
탄성 내지르며 같이 젖어 들고 말 거예요
마음이 멍든 사람도
마음이 행복한 사람도
신불산 억새 평원 바람의 나라에서
바람의 울음소리 듣고
바람이 흘리는 은빛 눈물 바라보노라면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위로 받을 거예요

ㅡ땅끝동네 야불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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