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전국 석정 문학상 당선작 연재, 시조 부문 우수 박상은

공모전

제1회 전국 석정 문학상 당선작 연재, 시조 부문 우수 박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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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부문 우수 박상은 시인



일출


옷깃이 젖어 가도 묵묵히 걸어가다

갯바위 포말 위에 남겨진 허물 흔적

별빛이 두 눈 감는데 하소연이 통할까


등대의 기다림 뒤 수평선 뚫고 나와

가슴의 솔가지에 포근히 안기듯이

뽀얗게 꿈틀거리며 파도마저 눕는다


젊음이 나래 펴며 활짝 핀 하늘에도

하루의 발걸음이 천리길 뚜벅뚜벅

해돋이 저 화려함 속 순수의 길 거닌다.





그리움


아쉬운 사랑일까 창밖의 애원일까

소설에 올릴 만큼 허우적 신음 소리

조용히 곧추세우며 가슴 가득 적신다


바로 옆 절벽인가 어디가 진실인가

뭉클한 저 밑바닥 퍼올려 널어 놓고

햇살에 하소연하듯 고요 섞인 외침뿐


갈바람 외로움도 서럽게 파고들고

내민 손 씻겨 주려 밀어낸 숨결 파도

소롯이 콧바람으로 하얀 꿈속 거닌다.





청춘


검게 탄 잿빛 얼굴 사랑이 듬뿍 담겨

하루가 짧을 만큼 충만된 마음속에

빛나는 비단 머릿결 자신만만 발걸음


하루가 짧다고들 아우성 질러대고

밤잠을 설쳐 가며 젊음을 불태울 때

마음껏 환호성 질러 하늘 높이 날았지


머릿결 듬성듬성 흰머리 휘날리니

자신감 낭만으로 발걸음 뚜벅뚜벅

옛 시절 뒤돌아보며 허허 웃음 짓는다.



♬당선 소감문 ♬

시심은 모든 것을 다 알고 길을 걷는 것이 아니다,

다만 기웃거리며 몇 번을 쳐다보고 눈에 익혀가는

고통이 가슴속에 자리 잡을 때야 비로소 발걸음을 떼기 시작한다.

뇌의 세포만큼 펼쳐지는 파노라마를 순간순간 끄집어내야 하는

격변의 시대에 울기도 슬퍼하기도 때로는 미소 짓기도 한다.

잔잔하다가도 갑자기 파도가 되어 자기 할 일인 양 춤을 추듯

시심의 높낮이를 순수한 그릇에 담아 곱게 포장하는 것은

구름 위를 나는 소녀처럼 두렵기도 기쁘기도 하다.

석정 문학상을 받고 나니 한걸음 더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든다.

심사해주신 분들의 마음에 상처가 되지 않도록 조금 더 다듬는 시의 세계를 걷고 싶다.

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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