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전국 석정문학상 당선작 연재, 시 부문 우수상 초목의 지혜를 배우다 / 양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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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전국 석정문학상 당선작 연재, 시 부문 우수상 초목의 지혜를 배우다 / 양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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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부문 우수상 초목의 지혜를 배우다 양승민




초목의 지혜를 배우다


바람 부는 들판에서
풀들이 낮은 자세로 엎드려 있다

키 크기 경쟁을 하는 숲속의
아름드리 커다란 거목도 불어오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몸을 흔들고 있다

초목들은 흔들림의 미학을 터득하였을까
강한 바람에 맞서면
가지가 꺾이거나 뿌리째 뽑히고 만다는 것을 아는 걸까

세상의 풍파에 견디는 것이 인생이다

고통의 바다에서 전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리 저리 방향을 전환하여 큰 파도를 피해 가야 한다
무모한 용기로 뚫고 지나가려 한다면
난파당하고 마는 불행을 맞이할 것이다

유연성을 가지고 대처해야만
무사히 항해를 마칠 수 있다

세찬 바람에 흔들려 온몸이 기울어져도
한 뼘 자라 다시 일어서는 초목들을 보라






선구자 석정 이정직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가려니
외롭고 두려운 마음이 생목숨처럼 펄떡입니다

안개 속 같은 불안한 미래가 가슴을 조이고
사명의식과 책임감이 어깨를 짓누릅니다
애간장 녹아내리는 어두운 밤을 보냅니다

심장 가득 붉은 피가 용암처럼 끓어 넘칩니다
하늘을 뒤덮는 기개와 대지를 적시고도 남을 포부가
지엄한 길을 나설 것을 강하게 채근합니다
 
마음의 심지에 불을 붙입니다 
위난에 빠진 나라를 구하기 위해
기꺼이 한 목숨 바치려 길을 나섭니다

가쁜 숨 몰아쉬고 언 발 동여매며
천근보다 무겁게 결의에 찬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피와 살이 뜯겨도 눈 하나 깜박이지 않습니다 
별을 보며 잠들고 새벽이슬이 잠을 깨워도
잰걸음 재촉하듯 다시 걸어갑니다

인문학이라는 거대한 꽃이 핍니다
찬바람과 눈보라를 이겨내고
눈부신 봄날을 몰고 오는 아름다운 꽃입니다






석정의 인문학 꽃


벌 나비도 날지 않는 척박한 땅에
작은 씨앗이 떨어져 싹을 틔웠습니다

생사를 넘나드는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한 방울의 물을 찾아 뿌리를 뻗습니다

광활한 김제평야에서 호연지기를 키우고
기름진 자양분을 빨아들여 지혜를 키워나갑니다
샘솟는 우물에서 겸손의 미덕을 흡수합니다

세찬 바람이 온몸을 강타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듬지를 하늘 높이 뻗어 올려
꼿꼿이 기개를 펼칩니다

인고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먹 향은 가슴 깊이 고고한 향기로 쌓여갔습니다 
막힘없고 독창성 뛰어난
비견할 수 없는 아름다운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동서양을 꿰뚠 인문학 꽃입니다

노도같이 밀려드는 왜세倭勢에 눈을 감지 못하고 꽃은 졌어도
각고의 노력으로 이룬 미문美文이
그 열매 결실을 맺어 후세까지 이어집니다


♬당선 소감문♬ 

석정 이정직 선생은 한 시대를 통유한 실사구시의 선구자입니다,

중세와 근대의 학문적 가교 역할을 하셨고

조선시대 고전적인 학문체계를 근대적인 학문체계로 전환시킨 중요한 역할을 하셨습니다.

조선말 격동기에 나라를 걱정하고 우리 학문과 문화 가꾸기에 노력하셨던 분입니다.

석정 선생을 흠모하며 시를 써서 응모했는데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되었습니다.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과 관계자님께 감사를 표합니다.

늦은 나이에 시를 배워 번뜩이는 재치도 부족하고 아직은 시 쓰는 기량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러나 배움에는 나이도 없고, 끝도 없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앞으로 계속 배우고 노력하려 합니다.

요즘은 하루하루를 시 쓰는 기쁨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따뜻한 감성과 맑은 영혼이 깃들어 있는 시를 쓰는 것이 목표입니다.

독자에게 희망과 울림을 줄 수 있는 시를 쓸 수 있도록 더욱 정진해 보리라 스스로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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