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전국 남명문학상 당선작 연재, 디카시 부문 최우수 <잠긴 문 앞에서>허숙영
디카시 부문 최우수 <잠긴 문 앞에서> 허숙영
잠긴 문 앞에서
물고 온 세월의 끈이 녹슬어 간다
묵직한 문고리에 꼬리 잡힌 적막 한 짝
빗장 풀려 환하게 열릴 문장하나 기다린다
허숙영
♬당선 소감문♬
뜻밖의 낭보에 잠시 어리둥절했다.
다른 사람에게는 한 우물을 파라고 가르치면서 정작 내가 잠시
일탈을 하고 다른 곳에다 초점을 맞추어 본 결과치고는 과분하다.
아니 어쩌면 잠깐의 일탈이 아닐 수도 있다.
스마트폰 사진 찍는 법을 배우고 부터는 디카시에 몇 년을 푹 빠져 살았으니 말이다.
피사체에 불쑥 불쑥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
동.식물이 사는 방식이나 우리 삶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직감이 시키는 대로 삶의 의미를 두고 바라보게 되었다.
김해 산해정에는 두 번을 갔다.
사당으로 통하는 지숙문 앞 목단이 하나둘 벙글기 시작할 무렵과 만개 했을 때였다.
흐드러진 꽃을 보는 순간 조식 선생께 헌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헌화가’를 지었다.
지금 이 혼란의 시대에 선생같이 권력을 내려놓고 간언을 하는 정치인은 볼 수 없는 것인가.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단속하고 경계했던 선생의 경의검과 성성자를 가진 위정자는 없을까.
경의敬義를 실천했던 선생을 다시 불러내고 싶어 지은 시가 ‘ 커튼 콜’이다.
새 모양의 빗장이 질린 문을 보면서 저 문이 열리면
내가 원하는 문장을 얻어 훨훨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선생의 가르침 한 줄 일수도 있고 풀리지 않는
내 문학의 끈이 술술 풀릴지도 모른다 싶었는데 현실이 되었다.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검증을 받고 싶은 마음에 출품했지만
조식 선생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되어 더 기쁘다.
졸작을 선정해 주신 심사위원님께도 감사드린다. 한동안 설레며 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