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전국 남명문학상 당선작 연재, 시 부문 최우수 이석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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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전국 남명문학상 당선작 연재, 시 부문 최우수 <산해정> 이석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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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부문 최우수 <산해정> 이석락 시인





산해정

 

 

돛대산에 안개 덮여서

노련한 기장도 하늘길에서 떨어졌다*1

조정에 안개 덮이니

지혜로운 신하는 출사(出仕)를 고사(固辭)했다*2

 

안개 자욱한 돛대산

골짜기도 등성이도 짐작할 수 없다

돛을 바꾸어도 닻을 올릴 수 없는 바다

안개 걷을 사람이 있어야지

짙은 안개에 가쁜 숨을 쉬면서

김해 땅 장인의 도움을 받아

탄동*3 범산 자락에 집을 짓고

유위재와 환성재에 아이들을 모았다

두 번의 왜란 때 가장 먼저 결성한 의병도

가장 많은 의병장도 남명 문하생들

 

아아 이제야 들린다

산해정을 뒤흔드는 칼을 찬 선비의 거경집의*4

시 낭송 소리, 김효원과 김우옹인가*5

말발굽 소리와 함성, 곽재우, 정인홍, 정구인가*6

 

 

*1: 2002415돛대산에 중국 민항기 추락.

*2: 남명 선생은 벼슬을 내릴 때마다 고사했다.

*3: 김해시 대동면 원동의 옛 이름.

*4: 居敬執義, (내적인 수양)과 의(외적인 실천)를 동시에 하는 것.

*5: 남명 문하 많은 문과 급제자 중 뛰어난 분들,

*6: 남명 문하 많은 의병장 중 뛰어난 분들.

 

 

 

 

 

지금 필요한 것은

 

까치산에 뜬 해는 유별나게 밝은데

세상은 어둡다

배고픔과 괴롭힘이 넘치는 세상에

모두 행복해지는 방법은 무엇일까

 

인의예지신이 있다 하면서

스승과 제자는 무엇을 주고받았길래

아직도 세상은 어둠 속인가

자비도 사랑도 있다고 하면서

스님은 염불만 하고 세파를 넘을 생각은 없는가

믿는 자는 회개를 하고도, 회개할 일을 또 하는가

 

큰 진리 탐구에만 매달리지 말고

깨우친 작은 진리라도 실천하여라

머리로는 아는데 손으로는 안 한 작은 것

그것이 가장 소중한 것이 아닌가

슬기로운 지금이 바람직한 내일이 되지 않는가.

 

 

    

 

 

그대들이 앞날의 희망

 

동에는 까치산 서에는 돛대산

두 골짜기 물이 탄동에서 만나

낙동강이 되었다가 바다가 된다

 

이 동네 저 동네 아이들이

산해정에서 만나 서울로 가는구나

골짜기 물이 바다에서 무역선을 띄우듯이

서울로 간 아이들이 백성을 살리는구나

 

명시를 남기는 것,

나그네에게 물 한 잔 베푸는 것보다 못하지 않은가

호의호식하는 것,

내 아이 바로 가르치는 것보다 못하지 않은가

장작 위에 춤추던 불꽃도 연기 따라 사라지고

만한전석*도 순간의 기쁨일 뿐

 

즐길 것, 즐기지 말아야 할 것

앉으나 누우나 실천하라고

산해정을 다녀가는 이에게

그대를 믿는다는 남명 선생의 눈빛.

 

 

*滿漢全席: 청나라 황실 요리. 6개 등급이 있는데 1~3등급은 황실 제사용.

 4등급은 청나라 황제 생일, 결혼과 동지 연회 요리. 5등급은 조선,

몽골의 외교사절과 티베트의 달라이라마 접대, 6등급은 나머지 외국 사절 접대용.


​당선 소감문

순수창작물이라기보다는 역사적 사실을 기술했을 뿐인데
남명문학에서 수상자로 선정하여 이 작품을 세상에 알리는 뜻은
역사와 미래를 바로 내다보도록 현실도 직시하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막연한 상상이나 현재의 논리와는 맞지 않는 공상이 예술과 창조의 밑바탕이 된다고 하지만,
역사의식이나 생명권에 대한 철학이 없는 작가는 독자의 삶을 개척하거나
독자가 깊은 감동을 받는 작품을 쓸 수 없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제 글이 작금의 유행인 사물시(랜섬이 분류한 사물시) 관행을 벗어났으므로
다른 응모자에게는 미안한 감이 있고 어설픈 제 작품에
후한 평가를 하여 주신 심사위원님들께는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뜬 구름 같은 인기와 명예에 집착한 현생에서
남명 선생의 가르침이 무엇인지를 되새기며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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