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전국 석정문학상 당선작 연재, 시 부문 최우수작 여꾸다리의 권덕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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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전국 석정문학상 당선작 연재, 시 부문 최우수작 여꾸다리의 권덕진 시인

포랜컬쳐 0 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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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부문 최우수 <여꾸다리>권덕진 시인



여꾸다리

          ​권덕진

 

 

노인의 등치에 여뀌꽃이 거울지다

 

시문에 울리는 청아한 시음 소리

인연을 붙잡아 세우고

 

붓끝에 그려놓은 서화마다

묵향이 살아 숨 쉬는

곳곳에 형상을 드러낸다

 

주름진 대지에 새순을 심어놓고

시선이 머무는 곳

봄살이 상그럽다

 

텃밭에 묻어둔 고택의 숨결이

시공을 넘나드는 대화를 나누며

혜안을 깨운다

 

샘물 넘치는 우물 터에 먹을 갈아도

무명옷에 채우지 못할 길

 

뒤란 장독가지에 묵힌 옛 맛이

깨어있는 시간을 이어주는

위대한 소산이다.

 

 

 

 


거미집 

       ​ 권덕진


 

허공에 집을 짓는 거미는

타고난 건축가

바람에 몸을 맡기고

거침없이 지상 향해 뛰어든다

 

실낱같은 외줄에 생을 의지한 채

거미줄 홀쳐매고

자신의 성을 짓는다

 

외벽이 높게 쌓인 현장마다

입주민이 채워지고

거주민은 뿔뿔이 흩어진다

 

평생 구석진 곳에 터를 잡는 거미는

남을 위해 집을 짓고 살다가

공사장을 떠돈다.

 

 

 

 

 

아궁이 


     ​ 권덕진


 

낡은 서까래와 처마를 등지고 선 기둥은

부서진 세월만 붙잡고 있다

 

구들장에 홀로 삭힌 날이

벌겋게 들끓다

까맣게 태우고

 

터를 지켜준 가맛목을

뭉뚝한 몸뚱이 딛고서

떠나고 싶은 날도 있겠지

 

아궁이를 뜨겁게 달궜던 날은

기억조차 희미하고

가마솥에 웅크리고 앉아

솥뚜껑을 헤집고 삭힐 때

 

장작불을 지펴야만

허기진 뱃속을 채우고 주름살 편다

 

불쏘시개로 삶을 뒤적이다

부지깽이만 남아있는 숱한 기억이

매캐한 연기처럼 숯검정이 구석구석 그을리다

 

둥그런 아랫배를 드러내고

차갑게 식은 아궁이에

꺼칠꺼칠한 쇠 감촉이 곤두선

핏기 없는 아낙이 누워있다.



​♬당선 소감문♬

석정 문학상 당선 소식에 기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뜻깊은 상을 수상하게 되어 무한한 영광입니다.

석정 이정직 선생님의 생가를 탐방하고 전국 공모하는

석정 문학상 작품 공모에 응모하게 되었습니다.

여뀌다리 주변을 거닐면서 시공을 건너

석정 선생님의 숨결이 느껴지는 그 시대를 체험하고 왔습니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많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좋은 결실을 맺게 되어 정말 감사합니다.

많은 작가님들이 참여하여 주옥같은 작품들이 세상에 빛났으면 합니다.

더욱 옥돌을 닦아 나아가겠습니다. 

다시 한번 깊은 감사 인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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