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전국 남명문학상(기성작가) 당선작 연재 -전체 대상, 남명의 성성자 조선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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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전국 남명문학상(기성작가) 당선작 연재 -전체 대상, 남명의 성성자 조선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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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대상(시 부문) <남명의 성성자> 조선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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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명의 성성자惺惺子

 

 

어느 땅에서든 풀과 나무는

하나의 태양으로 두근두근 꽃을 피웁니다

 

불면의 횃대 너머, 없어도 존재하는 과거 속

현실보다 가깝게 남명의 후광이 빛납니다

 

한 뿌리로 이어지는 선인의 발자취를 따라

옥고의 가르침을 받는 시간입니다

 

사치스러운 몰락을 경계하며

가슴속에서 울리는 성성자惺惺子

 

새는 날면서 흔적을 버리고

사람은 살면서 자취를 남기고자 하나

영혼에 새긴 뜻은 자신과 이웃을 지킬 힘이 있다, 고 하신

선생의 말씀이 오래된 무지를 깨웁니다

 

비워도 남아 있는 욕망의 혀끝이 아려오면

자유는 소유가 아니라 허용이라는 것에, 귀가 밝아질 때까지

마음의 격랑을 잠재우며 독선을 삼켰습니다

 

우리에게 슬픔이 한발 빠르게 다가오듯

기쁨은 향기보다 앞서 날아가

한 생애 간이역에서 어둠을 밝히는 촛불의 시간이 성스럽습니다

 

발화하는 꽃의 휘호揮毫처럼

해 뜨는 방향으로 새날이 열리고

푸른 하늘 사무치게 대숲을 흔들며 새들이 날아오릅니다

 

모음이 자음을 앞서지 않는 자모의 순리처럼

후대를 비추는 당신의 훈교訓敎는 언제나 새 빛으로 떠오릅니다

 

     *성성자 : 남명 조식 선생님이 지니고 다닌 방울.

    

먼지, 뭔지?

 

 

환영처럼 나타나는 낱글자들

세차게 빨아들이는 포식자는 나를 사정없이 먹어 치우고,

실패한 진화를 쓰레기통에 털어 넣는다

 

잊어버린 글자를 찾고 있던 사전에서

상념을 뒤집어쓴 먼지들이 떠다녔다

먼지와 나는 퀴퀴한 느낌의 공동체

토사물 위에 비틀거리거나 끊임없는 물음을

궁금증으로 덮어버린 어떤 상황들이 덧쌓였다


먼지, 먼지, 먼지, 주문처럼 외다 보니, 뭔지?

삶의 의욕이 보푸라기처럼 일어났지만

세상에 덴 자리가 욱신거리고 볼 수 없는 실체가 앞을 막아섰다


소유라는 말이 금지된, 나와 먼지는 도플갱어

서로의 몸에 뿌리를 박고 바벨탑처럼 높아지자고 다짐했다

 

그 높이와 기울기를 터득하기 위해

각자의 어깨를 짚으며 무동을 타는 순간,

낮고 낮은 처지를 감내해야만 했다


쓸모없는 존재로서 뒷덜미에는 미완의 화술이 떠돌았다


자각 증상도 없이 배설하는 통증

부유하다 웅크리는 행동이 반복되는 한

나는 먼지 속에 숨어 있는 또 다른 먼지다

 

 

    

 

침묵의 눈

 

 

어떤 상황이 애매모호하면

고민과 불안은 일치하지 않는다


스스로 이해를 교란하거나

의미를 위축시키면 구원이라는 말이 낯설었다


애초에 선택권도 없는 기득권들이 주위를 갉아먹었다


착각이라는 범위 안으로 나를 안착시키고 싶어,

작위적이고 억지스러운 표현을 생각한다

뒤틀리거나 기우는 시간에는 애도가 있다


저 너머의 것들은 일상과 분류되어 상상만으로 평화롭게 보여도

절박함에 맞부딪치면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외면하게 된다


슬픔을 위장하는 외로움도 어느 지점에서는 상처가 되기도 했다


여전히 망설일 수밖에 없는 낭만을 시도했을 때도

호의好意라는 말은 어느 순간부터 그 이유가 궁금했다


꽤 그럴듯한 분석을 하다 보면

도처에 널려 있는 진부한 내가 걸리적거렸다


차라리 걸리적거림을 통해 나를 증명하려 했던 순간들!

끔찍한 일상의 단조로움과 존재의 한계 속에서

불합리한 희망이 눈을 뜨기 시작했다


♬당선 소감문♬


 요즘 혼잣말이 늘어났다.

온종일 생각 속에 서성거리기도 하고 흥얼흥얼 노래도 부른다.

대충은 알지만, 끝까지 부르는 노래는 없다.

습관처럼 생각의 바깥을 향해 생각하다가 소리 없는 소란에 맞닥뜨리기도 한다.

미문美文 한 줄 남기기 위해 끙끙거렸던 시간.

나 자신을 속박하기도 하고 때로는 품어주기도 하였다.

그러던 중 전화를 받았다.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그것도 전체 대상입니다. 거듭 축하드립니다.」


그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뒤엉켰다.

내가 끌어안고 있는 근심과 슬픔조차 다정다감했다.


사라진 빛을 불러내 온 세상에 비추게 하신 남명 선생님이 떠 올랐다.


영혼에 새긴 뜻은 자신과 이웃을 지킬 힘이 있다, 하신 말씀으로 내 안의 격랑을 잠재웠다.

제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신 심사위원님과 남명문학 관계자님들께 깊이 감사를 드리며

지금까지 함께하신 글 동무들에게도 이 기쁨을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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