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남명문학상 심사 결과 수필 부문 우수상 이경훈 1

공모전

제2회 남명문학상 심사 결과 수필 부문 우수상 이경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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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이경훈 수필가 


서로 다투지를 않는구나

 

햇살이 제법 눈부시다. 미간을 좁히며 무연한 눈초리로 올려다 본 건너편 아파트 꼭대기의 하늘이 진한 파랑의

물감을 풀어놓은 양동이속 같다. 마음도 덩달아 파랗게 번져가며 너그러워진다. 습관처럼 다시 올려다 본 하늘

낮은 쪽에는 이름 모를 작은 새들이 무리지어 날고 있다.


하천변에는 헝클어진 가지사이로 핀 선명한 노란 개나리가, 꽃잎이 다닥다닥 붙어 조화처럼 팽팽하게 뭉친 연분홍의

벚꽃이, 벚꽃이 아니라는 항변의 표시로 하얗게 질린 앵두꽂이 각 자의 구역을 정한 듯 간격을 두고 만개해 있다.


은은한 속삭임이 사부작사부작 날린다. 최상의 생기를 뿜어내고 있는 듯 활력이 느껴지는 나무들에게 코끝을

킁킁 대어보고 싶다. 봄이 오는 냄새가 여기 저기 알 수 없는 방향에서 밀려든다. 감미롭게 날리고 있는

ABBA그룹의‘andante andante듣는 이어폰 사이로, 불쑥 들어온 바람이 실크처럼 감미로운 촉감으로

목덜미를 덥석 만지고 달아난다. 겨우내 입으면서 몸에 편해 습관처럼 걸치고 나온 검은색의 외투를 내려다보니

돌연 어깨를 짓누르는 듯 무거움이 새삼스럽다.

추위를 감당해주었던 기억은 온데 간 데 없고 게다가 그 칙칙함이란, 참아내기가 힘들어 벗어던지고 싶다.

봄엔 날씨만큼이나 변덕스러워진다.                                   <<<<<이어서,

 

♨당선 소감문♨

어제 같은 오늘이 시작되고,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

새 달을 다시 맞이하는 날들 한가운데입니다.

온통 제약뿐인 세상에 고인 채 연명합니다.

천변을 따라 걸어 근처 호수를 한 바퀴 돌고 오는 산책이

하루의 가장 중요한 일과가 되었습니다.

그날, 잦던 여름 비가 살짝 그친 저녁나절이었습니다.

으레 그랬던 것처럼 둔탁한 무채색 시간 속을 타박타박 걷고 있었습니다.

명료한 언어로 전해진 김해일보 남명문학상의 우수상 당선 소식은

환한 빛 무더기를 온 몸에 쏟아부어주었습니다.

가늠해 볼 수 없는 남녘의 먼 거리보다 몇 배나 더 길고 큰 분량의 기쁨을

덥석 받아 안으며 실로 오랜만에 펄쩍 뛰어올랐습니다.

오랜 시간을 잘 견뎌낼 수 있을 것처럼 들뜨는 영혼을 느낍니다.

새로운 인연을 소중하게 맞이하여 매만지고 가다듬어

질감과 색깔을 조화롭게 섞어가는 글을 쓰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저를 감싸주는 형형색색의 피륙이 저절로 펼쳐질 터이고,

위에서라면 더 은성한 삶을 엮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 옥타브 높은 목소리를 내어봅니다. 부족한 제 작품을 선정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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