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꽃다리 문학상 심사에 즈음하여...

해마다 공모전에 출품되는 작품들을 보면 평소의 독서력이나
사유의 바탕이 풍부히 체화되어 왔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출품자의 개성이 돋보이며 구성적 발상 또한 뚜렷합니다.
대상의 감정 등을 잘 풀어 내고 결코 과장 없이 교묘하게
엮어내는 감각적 설득력과 내용의 기획력이 두드러져 있기도 합니다.
그러한 작품들을 볼 때면 기쁘고도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전체 대상(수필 부문)
박연식 님의 2024년 10월 나의 나무(정자나무)
〈나의 나무(정자나무)〉는 한 그루 정자나무를 매개로 고향의 기억,
가족의 목소리, 도시의 현재, 그리고 자신의 문학적 성장을
유기적으로 엮어낸 수필입니다. 정자나무, 느티나무, 마로니에로
이어지는 ‘나의 나무’ 계보는 한 인간의 생애사를 관통하는
상징체계로 작동하며, 삶의 뿌리와 귀향의 정서를 깊이 있게 드러냅니다.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체험의 진실성에 있습니다.
구두수선 아저씨의 일터, 동네 어르신들이 모여 쉬어 가는 풍경,
“금돌아 금순아이, 밥묵어라-이”
라고 부르던 어머니의 목소리 등은 과장 없이 구체적으로 형상화되어
읽는 이로 하여금 장면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합니다.
그 정경들 속에서 정자나무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베풀고 버티는
존재’이자 ‘삶을 지켜보는 수호신’의 의미를 획득하며, 수필이 지향하는
삶과 글의 일치를 충실히 구현하고 있습니다.
구성 면에서 보면, 현재의 도시 정자나무에서 출발하여 구두수선 장인,
고향의 느티나무, 여고 시절 마로니에, 다시 현재의 정자나무로
되돌아오는 원형 구조가 비교적 안정감 있게 짜여 있습니다.
각 장면이 느슨하게 나열되지 않고, ‘나무–뿌리–향수–성장’이라는
공통된 정서와 사유의 축을 중심으로 연결되며, 작가가 의식적으로
문학적 에세이로 성장하고자 하는 자기 선언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 점이 인상적이다.
문체는 따뜻하고 서정적이며, 이미지가 풍부해 독자에게
잔잔한 울림을 전합니다.
다만 몇몇 문장은 호흡이 길고 문단 전환이 다소
급하게 느껴지는 대목이 있어 리듬 조절과
문장 다듬기를 거친다면 작품의 완성도가 한층 높아질 수 있겠습니다.
또한 자동차 문화, 아파트 철문 등 시대 비판적 단서가
잠시 언급되는데, 이 부분을 조금만 더 응축하거나 정자나무의
상징성과 더 밀착시킨다면 주제의 선명성이 더 강화되리라고 봅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나무와 인간, 뿌리와 삶, 상처와 회복을 한데 묶어내는
사유의 깊이와, 진솔한 체험에서 우러난 감동을 고루 갖춘 수필로 평가할 만합니다.
⁍ 시 부문
대상작 이서현 님의 <초록의 힘>
이 시는 상실과 몰락의 밤을 지나 다시 살아나는 생명의 기운을 ‘초록’이라는
이미지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처음 연에서 어둠을 견디며 단단해지는 마음의 과정이 자연의 움직임과 겹쳐지면서,
봄이 다가오는 순간의 설렘과 회복의 기운이 함께 살아납니다. ‘기억의 뿌리부터
나무의 심장까지’라는 구절에서는 삶의 깊은 근원을 더듬는 시선이 느껴지며,
그리움과 희망이 자연의 언어를 통해 조용히 이어집니다.
시가 말하는 초록은 단순한 색이 아니라 다시 살아가게 하는 힘이며,
그 힘이 마음속에서 천천히 불을 밝히는 과정이 인상적으로 드러납니다.
또한 후반부에서는 꽃과 바람, 색채의 움직임이 어우러지며 생명의
확장이 더욱 또렷해집니다.
식물의 자세로 이어지는 여정이라는 표현은 인간 삶을 자연의 순환 속에 놓고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을 보여 줍니다.
노랑과 분홍의 색채가 떨림의 손을 내밀 듯 펼쳐지는 장면에서는 봄의 밝은
숨결과 새롭게 시작되는 생의 감각이 살아납니다. 전체적으로 이 시는
자연의 생명력과 인간의 마음을 포개어 보여 주며, 상처를 지나 다시 일어서는
삶의 힘을 잔잔하면서도 따뜻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디카시 부문
김경옥 님의 대상작 <감꽃 떨어지던 날>
이 작품에서 사진은 평범한 듯하면서도 구성이 지닌 심상 구조 · 상징적 의미 ·
서정의 미학을 중심으로 분석력을 지닌 디카시입니다.
이 디카시는 사라진 계절의 여운 속에서 인간의 정서가 어떻게 자연의 이미지로
전이되는가를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감꽃이 떨어진 자리라는 장면은
생명의 순환과 부재의 정서를 동시에 내포한 상징적 공간으로 읽혀집니다.
손길이 닿지 않은 장독대와 그 속에서 익어 가는 감장아찌의 이미지는
인간의 시간감각, 즉 ‘기다림’과 ‘숙성’의 미학을 시각적으로 구현하고 있습니다.
언어는 절제되어 있으나, 그 안에 흐르는 감각은 깊고 정제되어 있습니다.
떠난 사람의 온기와 남겨진 사랑은 시적 공간 속에서 ‘발효’라는 시간적
메타포로 형상화되며, 이는 곧 삶과 이별, 그리고 지속되는 정에 대한
성찰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사진과 시의 경계를 허물며, 정지된
이미지 속에서 서정의 시간성을 회복시킨다는 점에서 디카시의
본질에 진정성을 잘 보여주는 수작이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