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랜컬쳐 포토시詩, 김두기 시인편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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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랜컬쳐 포토시詩, 김두기 시인편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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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두기 사진 作



 

1. 불 켜진 공중전화


            김두기


새벽길에 놓인 발걸음은 소식을 기다리는

그의 불면 앞에서 떠나간 소식을 생각한다

한번 단절된 연락망은 수신 불과

동전 한 개면 그토록 쉽게 음성 들었는데

띠띠 소리만이 단념하라고

그는 침묵이 습관으로 변한 무소식

아직 날은 밝지 않았는데

또 하루를 견뎌내며

다시 서로의 전화번호가 선명해지길

말 한마디면 쉽게 되는데

서로 잘 지내고 있느냐고 물어보면 되는데

그 첫마디가 너무 어려워

거리를 바라보면 혼자 밤을 지새운다

내일 밤에는 불면을 없앨 통화음에

잠들 수 있을 것 같아서 하고 싶은 말을 준비하며

기다려 본다. 이 밤이 지나가도록





2.잠 못 드는 공중전화


                   김두기


불면 하나가 걸어간다

그의 밤은 수화기 속으로 들어가고

그의 몸통을 흔든다

불빛은 흔들리는 음성 하나로

깊이 숨어들었던 말을 꺼낸다

띠디 튕겨 나오는 통화불과 소리

순간적으로 불면은 어둠의 날게 되어 날아간다

끊어진 서로의 목소리를 간직하고

긴 시간 속으로 비행하는 밤

저편으로 보낸 꿈은 사라져가고

이쪽에서는 기다림의 매화꽃이 피어난다

다이얼 번호 일일이 짚어가는 가슴팍에

가늘게 떨리는 기대감의 꽃봉우리는 흔들리고

오랫동안 침묵을 밀어내는 통화음 소리

거리의 제한도 없이 오고 가며

다시 한번 목소리의 만남

날마다 잠 못 드는 통화음의 꿈이

삐 하며 끊어진다

단절되어버린 서로의 어두운 길들

불빛만 그의 어깨를 흔들어 본다

전화기는 침묵을 뱉어낸다

서서히 잊혀가는 자신의 현실

한때는 극진히 대접받았던 그때

함부로 그에게 눈시울 묽히는 일 없었다

긴급하게 서로를 오가던 세월이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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