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래 시인의 눈송이란 이름의 오드아이
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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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30 18:40
조홍래 사진 作
눈송이란 이름의 오드아이
조홍래
달빛이 조신하게 걸어가는 눈 덮인 언덕에
청전의 눈 쌓인 오두막이
무너졌다 세워졌다를 거듭하는 그 녀석의 백설기 같은 몸
그 녀석의 한쪽 눈엔
푸른 바다를 헤엄치는 내가 어려있고
노란 은행잎 가로수길을 걸어가는 내가
다른쪽 눈속에 있다.
냐~~옹
나른한 봄 같은 소리를 가진 그 녀석의 마당엔
희끗희끗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덩이진 싸락눈들이 쫓겨난 듯
한쪽 구석에 웅크려 있었고
갈곳 몰라 방황하는 살눈들이 오락가락하고
포슬눈은 치워도 치워도 엉기며 쌓이고 있었다.
움직이는 눈덩이 같은 그 녀석의 몸에선 지겹도록 눈발이 날렸다.
찬란한 햇살이 번졌던 오늘도,
잠자리에 누운 지금
눈발 날리는 소리에 잠 깬 봄이 어슬렁거린다.
니야~~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