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명호 시인이 다람쥐를 보던 날의 글 2
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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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30 11:19
하명호 사진 作
안양암 다람쥐
화운 / 하명호
한 겨울 낙엽지는 소리 바람에 날리어 드니
산사의 오솔길 걸어가 인적 끊긴 고부랑길 언덕을 올라간다.
산새들 합창하는 메마른 돌 틈을 헤집으며
겨울 찬 바람 오랜 돌 틈에 이끼마저 메말라 있다.
한겨울 독수리에 어미 잃어 홀로
어린 얘기 다람쥐 배가 고파 오후 허기진 배하고는 일용할 양식을 구하러 간다.
양 볼 가득하니 도토리 입에 물어 가을은 저 멀리 추억 속에 자리한다.
저만치서 긴긴 겨울지나 봄이 오는 소리 들리어 오는데
겨울 일용 양식 잔뜩 창고에 두었는데 나른한 오후라 어디 둔 지 잊어버렸다.
바람에 흘러가는 상수리 잎 하나 홀쭉하니 허기져 주린 배 작은 입 오물거려 진다.
이 겨울 지나 봄이 온다는데
나의 천적 비 얌이 나오기 전에 부지런히 봄 채비나 해두자 한다.
(통도사 2019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