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랜컬쳐 기획 연재 시詩 1 -김두기 시인편
소하
0
199
2021.08.16 19:31
유중근 사진가 作
김두기 시인의 희망 폐가 1
언제쯤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았는지
축 느려뜨린 체 노숙하고 있다
떨어져 나간 방문 안쪽으로
지나가는 행인처럼 햇살이 잠시 걸어갔고
앞마당 잡초들은
간섭할 사람 없다고 자유다 하며
마음대로 자라났다
그 옆에 봉숭아 꽃이 또랑또랑 피어나서
제 모양을 자랑한다
못 먹고 헐벗은 몸
집의 뼈대가 훤히 드러나고
바람이 불면 관절이 아프다고
삐걱거리는 소리 낸다
더 이상은 몸을 가릴 그 무엇도 없다
오랜 세월
젊고 근육질 탄탄했던 시간은 어디로 갔을까
남은 것은 초상을 치르는 것도
귀찮아진 것 같은 몸만 남아 있구나!
산골에 정적만 쩡쩡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