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랜컬쳐 기획 연재 시詩 1 -김두기 시인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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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랜컬쳐 기획 연재 시詩 1 -김두기 시인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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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중근 사진가 作


김두기 시인의 희망 폐가 1


언제쯤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았는지

축 느려뜨린 체 노숙하고 있다

떨어져 나간 방문 안쪽으로

지나가는 행인처럼 햇살이 잠시 걸어갔고


앞마당 잡초들은

간섭할 사람 없다고 자유다 하며

마음대로 자라났다

그 옆에 봉숭아 꽃이 또랑또랑 피어나서

제 모양을 자랑한다


못 먹고 헐벗은 몸

집의 뼈대가 훤히 드러나고

바람이 불면 관절이 아프다고

삐걱거리는 소리 낸다

더 이상은 몸을 가릴 그 무엇도 없다


오랜 세월

젊고 근육질 탄탄했던 시간은 어디로 갔을까

남은 것은 초상을 치르는 것도

귀찮아진 것 같은 몸만 남아 있구나!

산골에 정적만 쩡쩡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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