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첫 주 주장원 / 김종기- 참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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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첫 주 주장원 / 김종기- 참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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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쁘다

 

너는 몇 살이니

 

나는 세 살이야

 

만나서 반가워

 

_김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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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쁘다] 너는 몇 살이니 / 나는 세 살이야 / 만나서 반가워

 

시의 전문이다. 문장만 읽었을 때 특별한 느낌이나 감동이 오지 않고 이해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밋밋한 문장을 사진과 함께 나란히 놓고 읽어보면 의미와 재미의 스파크가 확 일어난다. 그런 디카시의 방법이자 묘미를 이 작품은 잘 드러내주고 있다.

 

사진은 한 떨기 노란 장미와 빨간 치마를 입은 여자 어린이가 서로의 얼굴에 집중하며 보듬고 있는 장면이다.

화자가 누구일까?

나는 세 살이야라는 대답이 여자아이의 대사이므로 '너는 몇 살이니?' 하고 질문을 하는 주체는 장미임을 알 수 있다. '만나서 반갑다'고 하는 인사는 장미의 말로도, 아이의 말로도 읽을 수 있다. 둘은 서로 무척 반가워하고 있다.

장미 하면 대개 빨간 장미를 연상하게 되는데, 그래서 그런지 독자는 언뜻 빨간 치마를 입은 여자아이가 빨간 장미로 보이는 착시현상을 느낀다. 그렇게 둘은 서로 다정한 친구다.

 

세상에 태어나 이제 세 살이 된, 꽃 같은 아이에게 세상은 온통 호기심 천국이다. 자기 얼굴만 한, 겹겹의 노란 치마를 입은 장미가 너무나 예쁘고 신기해서 보듬고 들여다보며 대화하고 싶다. 장미는 장미대로 계절을 누리러 세상에 나와서, 어리고 예쁜 아이를 보고 관심이 쏠려 나이를 물어보고 친구 삼고 싶다. 그래서 둘은 서로를 참 이쁘다라고 말한다. 작품의 제목이다.

 

이 제목은 또한 이 둘을 바라보는 독자의 시선을 이끈다.

계절은 무심코 돌아오지만 그 속에서 사람들의 삶엔 갈등과 미움이 있고 그것들은 혐오와 배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서로를 비판적이고 냉소적인 눈으로 본다면 세상은 살만한 곳이 못 될 것이다.

작품은 두 아이가 서로를 보는 시선을 따라 우리 어른들도 아이들을, 서로를, 세상을 따뜻한 눈으로 예쁘게 보면서 살라 한다.

 

시인은 산뜻한 시각적 이미지로 시적 감흥을 일으키고, 의인법을 구사한 장미의 시선과 어린이의 시선을 통해 신선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쉽고 간결한 언어로 구현했습니다. 김종기 시인님의 <참 이쁘다>를 장미의 계절인 유월의 주 장원으로 선정한 이유입니다.

 

 

_ 선정 및 감상 : 현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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