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디카시 / 몽유도원 -이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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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의 디카시 / 몽유도원 -이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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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땅속 진시황 꿈나라
황제의 염원 지키는 병마용 눈빛

덧없이 흐른 세월, 역사의 흔적

- 이재철


(감상)
이재철 시인님의 디카시 ‘몽유도원’은 사진 기호의 의미가 깊다. 중국 시안에 있는 진시황 병마용 박물관의 한 정경을 담고 있다. 아마도 중국 여행길에 찍으신 것 같다. 사진 속의 안내문에 쓰여 있듯이, 병사들과 말들은 사람과 말의 실제 크기를 따라 흙으로 만들어진 조각품이다.

진시황은 기원전에 중국 최초로 통일제국을 이룬 황제로 기록되고 있는데, 그의 사후를 지키는 수천 명의 대규모 군대가 그 위세를 가늠케 한다. 덧없이 흐른 2000년의 세월 속에서 역사의 흔적을 보는 화자는 그 깊은 땅속 진시황의 나라를 ‘몽유도원’이라고 명명한다. 그야말로 꿈속을 떠도는 듯한 왕의 유토피아요, 낙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제국적 질서는 힘에 의한 통치 체제다. 힘 있는 사람이 힘없는 사람을 지배함으로써 권력관계를 유지한다. 그것은 힘의 팽창을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그런 질서가 먼 옛일 같지만은 않다. 우리와 세계의 역사 속에서 힘의 정치는 반복되어 일어나곤 했다.

지도자는 대개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될 수 있다. 사람들을 딛고 올라서는 형과 세워주고 북돋아 주는 형이다. 진시황이 전자의 대표적인 인물이라면 후자의 지도자는 '성군'으로 역사에 기록된다.
민주주의 국가인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4월 4일, 헌정사상 두 번째로 대통령을 파면했다. 힘의 정치를 시도한 지도자를 국민은 허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일에 대하여 시인이 붓을 들었다. 국민을 생각하지 않은 지도자의 치기를 진시황의 '꿈나라'에 빗대어 비판했다.

일찍이 플라톤은 국민이 정치를 외면한 형벌은 자신보다 저급한 사람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볼테르의 유명한 말대로 '세상에 소수의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진정한 지식인'으로서 문인은 정치와 사회에 붓으로 참여함이 마땅할 것이다.
온 나라가 크게 정치적 격정을 겪은 시기에 주 장원 작품으로 이재철 시인님의 '몽유도원'을 선정한 이유다.

_ 선정 및 감상 : 현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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