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랜컬쳐 특선작 * 이 달의 수필 *언어의 마력 * 권영심 작가
포랜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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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1 19:40
#최우수작
언어의 마력
권영심 (2025.1.10 )
나는 말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다. 말이라기 보다 말의 울림, 그것도 감각적인 말의 울림을 좋아하고 어떤 언어는 사랑한다고 말할 정도다. 만약 내가 언어학에 재능이 있었다면, 나는 그 어떤 공부보다 언어를 공부하고 할수있는한 수 십개의 언어를 배웠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좋아만 했지 재능은 일도 없었다. 내가 언어의 마력을 깨달은 것은, 어렸을 때 혼자 열중해서 보던 주말의 명화에서였 다. 나는 한 번 보면 영화의 내용은 물론, 배우의 역할이 주는 깊은 이미지까지 공감했다. 같은 영화를 반복해서 보는 것은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영화의 내용 이 좋고,배우들이 좋고 아름다우면 나는 수도 없이 본다. 몇 개의 영화가 있는데 왕과나,로미오와줄리엣,사운드오브뮤직 등이 속한다. 두 번째는 출연진의 의상과 배경의 아름다움이다. 세 번 째가 바로 언어인데 불어,일어,중국어는 패스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언어라고 말하 는 불어는 내 귀에 전혀 아름답지 않다. 작은 돌멩이들이 부딪히며 구르는 듯한 불어가 그나마 듣기 좋을 때는, 상숑을 들 을때 정도이다. 일어는 정말이지 그 어떤 때라도, 그 어떤 말이라도 귀에 거슬리는 것은 내가 일본을 싫어해서만은 절대 아 니다. 그 호들갑스런 억양이며 교성에다 이상스런 호통조의 남자들의 말이 싫을 뿐이다. 중국어의 성조의 시끄러움은 내게 소음일 뿐이고, 어쩌다 중국영화를 본다면 소리를 죽이고 보는 경우가 많다.
요즘은 주변에서 중국인들을 많이 보는데, 대화를 나누는 그들의 시끄러움은 정말 견딜 수가 없을 정도다. 버스 안에서 전화 통화를 하는 그들의 목소리는 재앙이나 다름없다. 영어나 독어도 그다지 좋은 느낌으로 듣
진 않는다. 그렇다면 내가 가장 감각적으로 색채까지 느끼면서 감동으로 듣는 언어는 무엇일까? 라틴어이다. 수도원에서 라틴어로만 진행되는 미사에 참여했을 때의 감동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글로 쓰여진 라틴어를 내가 읽을 때에도 나는 너무 좋다. 라틴어는 이탈리아어파의 언어중의 하나로 라파움 지역에서 쓰이던 언어였다. 로마제국이 팽창함에 따라 주류 언어가 되었으며, 이탈리아 반도 전체에서 쓰이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옛날에 나전어라고 불리웠다고 하는데, 카톨릭 사제들의 필수 언어였기 때문에 지금도 배운다고 알고 있다. 일반 성당에서도 대축일 때 사제가 라틴어로 미사를 집전하고, 성가대가 라틴어 성가로 화답하는 경우도 많다.
내가 라틴어를 들을 기회는 거의 없지만, 그래도 한글로 적혀 있는 것을 찾아보며 적어서 몇 번이나 읽어보는 적도 있다. 영어도 제대로 못 하는 내가 원어를 모르 니,한글로 쓰여진 라틴어를 만나면 너무 좋다. 한글의 위대함을 새삼 알게 되는 것은, 라틴어의 어떤 발음도 그대로 적을 수 있음이다. 이탈리아어도 좋아하고 서반아어도 좋아한다. 그러고 보면 나는 음률이 내재된 언어를 좋아하지 싶다. 탱고의 음률과 같은 언어... 지금은 유행 하지 않지만 우리 젊은 시절에 파도,칸초 네라는 유형의 음악이 한창 귀에 울렸었 다. 짙고 격렬한 음률과 강렬한 음색과 함께 가슴을 파고 드는 가사가 너무 좋아 서,많이 들었는데 요즘은 찾을 길이 없다.
카르페디엠이란 말을 무엇보다 좋아하는데,내 삶의 철학도 그것에 속하지만 이 단어를 되뇌이는 것이 참으로 즐겁다. 나는 내용도 모르지만 말을 듣기 위해 일부러 찾아서 들을 때도 있고, 우연히 듣게 되면 그렇게 행복하다. 오페라를 들을 때 내용을 알아들을 수 없어도, 가수의 음색과 음률의 변화만으로도 나는 그 감정을 느낄 때가 많다. 내가 사랑하는 것은 정말 무엇일까? 언어가 주는 마력이 강해질 때는 내 심정은 격렬하게 타오르는 푸른 불꽃이 된다. 이 세상에 있어 감사하고 고마운 말들은,모두 내 마음에 오롯이 안기고 나는 행복해진다. 아무리 그 나라의 언어를 몰라도 '사랑해요'라는 말은 너무나 아름다운 울림을 담고 공감이 되는 것도 참 신기한 것 중의 하나이다. 나이가 들수록 고운 말,어여쁜 말을 하고 싶다. 적어도 내 입에서 뱀과 개구리가 튀어 나오는 노년은 되고싶지 않다. 아모르파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