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주 시인

빗된 새

    이상주

독수리는 머리빗이다

신의 머리빗이다

하늘을 가르는 바람을 빗으려

어깨를 활짝 열어

하늘에 온 몸을 던지고

날개끝 모든 기운까지 뻗어

바람을 빗는다

보이지 않는 머릿결을 빗으며

태양을 향해 날아

누구보다 영에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늘에 손가락을 걸듯 깃털을 걸고 바람을 빗는다

길게 울지 않아도

바람이 함께 울어주기에

하늘을 향해 기도하는 사람들의 눈길을 붙잡을 수 있기에

독수리는 혼자 날아도 혼자가 아니다

구름보다 조금 못한 높이에서

하늘의 머릿결을 만드는

하늘을 앙망하는 영혼은 기어코

독수리로 알에서 깨어난다

유중근 사진작가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