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랜컬쳐 단수필 2, 김재진 시인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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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랜컬쳐 단수필 2, 김재진 시인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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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진 시인


노년에 대한 단상


필자에겐 92세의 노모가 계신다.

막내 여동생 집에서 기거하시며

주간보호센터에 공휴일을 빼고는 나가신다.


20여 년 전에 아버님이 지병으로 작고하신 뒤에 시골집에서

홀로 밤을 지새우기가 무섭다고 하셔서 도심에

단출한 전셋집을 얻어서 자식들과 근거리에 사시게 되셨다.


평생을 채식 위주의 식단이셔서 속 건강은 문제가 없으셨으나

세월이 야속한 탓으로 깜박깜박하는 횟수가 점점 늘어가시더니

수년 전부터는 망상장애로 이웃들과도 소통이 어렵게 되셨다.


슬하에 3남 2녀를 두셨는데...

10여 년 전에 막내아들과의 생이별을 힘들어하신 뒤로

몇 해 전에 작고한 형님의 부재는 알리지 않고 있다.

지금은 치매가 점점 더 심해지셔서 지난 기억을 대부분 잃으셨으니

한편으로는 다행이란 생각을 하게 돼 인생이 참 아이러니하기가 짝이 없다.


작금에는 선진국형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노인 복지에

최대한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코로나19 기세는 꺾일 기미를 보이질 않고

점차 중산층의 붕괴로 이어지는 상황이어서 자식 된 도리라고는 하지만

효에 대한 개념도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고 여겨진다.

필자도 최근에는 인지 능력이 떨어진 어머님을 근거리 요양 시설로 모시고자

논의를 했으나 착한 여동생의 간곡한 만류로 좌시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주변에 어찌하지 못해 치매 부모를 모시면서 힘겨워하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너무 안타까운 생각이 들고 자식 된 도리로 행복하지 않다면 이 또한 어폐가 있지 않은가

효에 대한 문제는 뜨거운 감자일 수밖에 없지만 중년을 지나면서

노년에 대한 설계를 미리 해두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네 부모 세대들은 가진 것을 일찌감치 자식들에게 분배하시고 힘들어하는

노년을 대부분 사시고 계시는 추이지만 시대는 바뀌었고,

고령화 사회가 된 만큼 자식들은 자식들의 삶을 살게 하고

노년에 삶은 스스로 감내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중을 피력해본다.


국가에서 노인 복지에 최대한 지원하고 있고 보험이라든가 지병이라든가

미리미리 체크하고 관리해서 불확실한 노년이 아닌 어느 정도는

확고한 노년을 살아가면 어떨까 하는 필자 나름의 성찰해 본 단상을 전하고

말년에는 자식들과 불편하지 않게 마무리하고 호스피스 병동에서 편안하게 잠들고 싶다.

                                                                       < 김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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