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만 시인의 한 여름 한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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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만 시인의 한 여름 한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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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계탕


       김성만


이십 년 고등학교 친구들을 삼계탕집에서 만났다

이 더위에 이십 년 기억들과 같이 먹는

살과 뼈가 발려져 가는 삼계탕 한 그릇

우리는 무엇을 했을까를 생각하는

이 순간들이 뜯겨 발려져 나가면

살과 뼈의 긴 인생 이야기가 입안으로 들어오는데

어디서 들려오는 친구들의 길고도 짧은 소식들이

끓어오르는 살점처럼 발려져 목안으로 들어오며

살아간다는 것

살아간다는 이유도 없이

마시는 짧고도 긴 우리 이야기가 소주잔에 채워지면

우리는 또 만날까를 생각하는 일


다 그렇게 사는구나

잘 났던 못났던 제 몸에 있는 것들을

삼계탕 한 그릇을 누구에게 챙겨주면


해지는 어스름 이 더위에 다시 만날 이유 하나를

붉은 노을 눈동자에 써 내리는 며

하늘에 지난 일 하나가 닭 울음소리로 내 목에

튀어나올 것 같은데

삼계탕 집 빈 그릇에 중년의 모습들

친구들 얼굴이 채워지고

노을의 얼굴에 벌거벗은 닭 뒷다리가 보이며

지난 일들이 홀쭉하게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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