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선 시인의 말하는 수필
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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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17 13:46
박금선 시인
세상이 무섭다
박금선
오후 1시다
목이
꺽 쉰
낡은 대문 벨이 계속 울린다
강아지 패딩 주문한 택배가 왔나 보다
한발은
운동화를 질질 끌고
한발은
슬리퍼를 신고 뛰어나갔다
머리는 딱 사자 머리다
대문에 중년의 남자가
서 있다
"와예 와 그랍니까?"
남자가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한다
"아, 정초에
사모님 가정에 좋은 말씀 좀
해 드리려고 왔습니다."
와!
너무 화가 났다
"아, 아임미더."
오른손으로 손사래를 세게 쳤다
안으로 들어왔다
선뜻
보기에 국방색 잠바를 입었고
키가 내 키 정도로 되어 보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화가 나고 참 우스웠다
이 어려운
가뭄에 가정집 벨을 누른다는 거
소의
간을 가졌거나 이상한 사람이다
하기야
코로나
오기 몇 년 전에는
일 년
신수를
봐준다고 하고 간간이 저런 사람들이 찾아오곤 했다
너무
퉁명스럽게 대해
혹시 망치를 들고 다시 올까 봐 겁이 났다
5분
후에 밖으로 살짝 나가
큰 대문을 꽉 잠갔다
그냥
만원은 너무 많고
삼천 원은 너무 적고
오천 원 짜리 하나 줬으면
되었을까?
내가 너무 급했을까?
많은 생각이 든다
또 벨이 울린다
택뱁니다 택배,
이번엔 강아지 옷이다
빨간
우체국 비둘기가 웃는다. 방긋
와!
놀랬잖아
내 간 다 떨어졌잖아.
박금선 사진 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