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선 시인의 말하는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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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선 시인의 말하는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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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선 시인



세상이 무섭다


                박금선


오후 1시다


목이

꺽 쉰

낡은 대문 벨이 계속 울린다


강아지 패딩 주문한 택배가 왔나 보다


한발은

운동화를 질질 끌고


한발은

슬리퍼를 신고 뛰어나갔다


머리는 딱 사자 머리다


대문에 중년의 남자가

서 있다


"와예 와 그랍니까?"


남자가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한다


"아, 정초에

사모님 가정에  좋은 말씀 좀

해 드리려고 왔습니다."


와!


너무 화가 났다


"아, 아임미더."


오른손으로 손사래를 세게 쳤다


안으로 들어왔다


선뜻

보기에 국방색 잠바를 입었고

키가 내 키  정도로 되어 보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화가 나고 참 우스웠다


이 어려운

가뭄에 가정집 벨을 누른다는 거


소의

간을 가졌거나 이상한 사람이다


하기야

코로나

오기 몇 년 전에는


일 년

신수를

봐준다고 하고 간간이 저런 사람들이 찾아오곤 했다


너무

퉁명스럽게 대해

혹시 망치를 들고 다시 올까 봐 겁이 났다


5분

후에 밖으로 살짝 나가

큰 대문을 꽉 잠갔다


그냥

만원은 너무 많고


삼천 원은 너무 적고


오천 원 짜리 하나 줬으면

되었을까?


내가 너무  급했을까?


많은 생각이 든다


또 벨이 울린다


택뱁니다  택배,


이번엔 강아지 옷이다



빨간

우체국 비둘기가 웃는다. 방긋


와!

놀랬잖아

내 간 다 떨어졌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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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선 사진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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