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선 시인의 말하는 수필
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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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08 06:12
그땐 꽃인 줄 몰랐다
박금선
늦은 봄날
아버지가
뱀 골에서 지고 오신 검불 지게
그
땀방울과
검불 속에는 진달래가 활짝
웃고 있었다
얼른
달려가 진달래 모가지를
숨 쉴 새도 없이
우두둑 따 먹기에 바빴다
갑자기
알몸이 된 가지는
내 발에 허리가 잘근 꺽인 채
부끄러워
가마솥 아궁이로
얼른 숨을 숨겼다
입술이
시퍼렇게 진한 물이 배고 목에서
신물이 올라와야 밥숟갈을 놓았다
그땐
진달래가 배고플 때 먹는 간식이나 밥인 줄 알았다
감꽃도 그랬다
그땐 꽃을 몰랐다
내가
꽃을 알게 되었을 땐
꽃이 지고 난 후에 알았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사진작가 : 정윤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