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가 쓰는 사진 -유중근 시인
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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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8 11:24
갈대
유중근
마지막 피 한 방울도
모두 쏟아 내고 만 미라
칼바람 몰아치는 겨울
그 인고의 시간을
꼿꼿하게 서서 참으려 하지만
자꾸만 어깨 들썩이며
흐느끼는 것은 운명이련가
그러한 시간 가운데
작은 깃털로 봄을 불러 깨워
매화향 피우게 하고
품었던 철새 떠나 보내면
여린 새싹 피어 난다네
겨우내 갈대는
그 봄을 위해 그렇게 울었네
서럽게 서럽게 울어 젖혔네
'21.1.23 수어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