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석순 시인의 살아가는 것은 축복시 17
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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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5 19:56
나목(裸木)
태안 임석순
비바람이 몰아치고
눈보라가 닥쳐오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버려서라도
푸르게 새로이 태어나려 한다
땡볕이 쏟아져 내려도
푸르름 잊지 않으려
바람과 동행하며
빗방울을 사귀어 친구가 되었다
발가벗겨진 몸뚱어리
속살까지 다 보여주며
알몸 되어도 버텨낼 것이다
겉모양 어설프게 보여서 그랬던가
나를 버려서 나를 찾으려고
바탕에 숨겨둔 비장의 무기를
저 깊숙한 땅속에 묻어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