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랜컬쳐와의 동행, 애완둥이시詩대 2
소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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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0 09:23
박금선 시인의 개백군
개백이
박금선
"개백아,
이리 오너라 맘마 먹자."
나이 들고 척추가 휘어진 강아지한테
영양제를 먹인다
허 참,
나도 못 먹는 걸
아기 강아지한테 주다니
내가 개보다 못 하단 말인가?
개 팔자가 상팔자네."
땡그랑
밥숟갈 놓는 소리가
제법 크게 들린다
범 눈썹꼬리가 천주산 용지봉으로 올라갔다
( 딸내미 강아지 둔둔이랑 )
밥상을 밀어낸다
화가 났다
참 밴댕이 소갈딱지다
작은딸이 강아지한테
영양제 선물을 했다
속이 상했다
시장을 한 바퀴 돌다오니
엥엥엥
욕실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욕실 문을 연다
개백이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바리캉으로 털을 밀고 발톱을 깎고 있다
딸칵딸칵
개백아
아까는 많이 놀랬지
아빠는
참 좋은 사람이란다
백아
우리 건강하게 오래오래 행복하자
꼬리를 흔든다
개백이가 웃는다.
*작년에 18년 된 강아지를 산소 옆에 묻어 두고 참 많이 아팠습니다.
지금도 여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