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랜컬쳐 포토시, 임명실 시인편
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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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01 22:01
젖은 나를 말린다
여명/임명실
내 안에 있는 나를
세상밖으로 꺼내었다
햇볕이 잘드는 처마밑에서
말린다
추억에 젖고, 그리움에 젖고
세상풍파에 젖은 나를 말이다
변색되고 부서져버린 육십년
무사안일의 세월이 운다
잘 난척해도 나 일뿐이다
꺼내지 않는 나는 아무도
모르더라
만남이란 게 스스로 찾아 주는
줄 알았다
왜 헤어지는지 몰랐다
인연에도 법칙이 있었다
인연이 다하면 이별이라 한다
우리의 만남은 거래였다
천년의 혼이 울부짖을때 거래는
끝이 나야했다
좋아서 만나고 무한정 주고싶은
애매 모호함은 순수앞에서
기억을 잃어버린다
자
잘 말려진 나를 거두우러 가자
햇빛가득한 시냇가로 데리고가
들판에 서린 물안개도 구경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