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랜컬쳐 포토시詩, 정완식 시인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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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랜컬쳐 포토시詩, 정완식 시인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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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완식 사진 作

  


만추(晩秋)에 붙여


               정완식


그토록 푸르던 젊음은

계절을 먹고

세월을 비켜나지 못해

빛바랜 파스텔 톤으로 곰삭고


느티나무 아래 빈 벤치는

지난 봄부터 내내 주워 들은 사연,

딱 그만큼을 토해내느라

갈바람을 등진 채 산통 중


목마를 타고 떠난 소녀와

백마를 타고 돌아온다던 소년이

빈 수레와 지팡이를 끌고

해거름 골목길을 스쳐 지나면


만추의 나무들은 여운이 길어

여백이 많은 편지를 쓰고

만추에 흠뻑 젖은 길손은

해 저문 줄 모르고 미소짓는다


그래, 낙엽이 좋은 걸 어쩌랴

깨금발로 단풍 밟기라도 할까나

흙에 덮혀 스러지고 재가 되어

한 포기 잡풀로 와도 좋은 것을


오늘 밤에는

홍조의 별똥별이 꼬리를 떼고

숙녀를 기다리던 벤치 위로

우수수 쏟아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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