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랜컬쳐 포토시詩, 공영란 시인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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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랜컬쳐 포토시詩, 공영란 시인편 1

소하 1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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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영란 사진 作



가죽 김치를 먹으며


                 공영란


김치 냉장고 맨 밑에 칸 깊숙이 작은 김치통에서

아끼고 아끼며 나만 먹는 가죽 김치 몇 점을 꺼냈다

흰 밥에 척 걸쳐 입에 넣으니 아버지의 입맛이 살아나

곱게 웃으시던 생전 모습으로 그리움이 이끈다


쳐다만 봐도 좋았던 황금빛들이 한번 지나간 기계음에

무거운 자루 논바닥에 떨구고 비닐에 싸인 볏짚만 남기듯

무지개보다 아름다운 자태 뽐내던 단풍들마저도

스산한 바람에 손사래 치며 떨어져 쓸쓸히 나뒹굴던 날

허락하지 않은 이별이라 그랬을까 눈물조차 흐르지 않았는데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저 비처럼 눈물샘이 고장이라도 난 듯

이년 전 기억은 그리움으로 채워져 아프기만 하다


김치 냉장고 맨 밑에 칸을 열고 그 작은 김치통만 보면

구부정한 허리 작은 체구셨지만, 너무 크고 따뜻했던 사랑

아무리 나이 들어가도 그 품은 그리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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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살아가는 삶이 어둠에 매어진 세상이지만

눈 뜨면 보이는 것이 오직 감사뿐이길 바래보며

그리운 눈물과 사랑 한입 또 꿀꺽 삼키며 추억이 웃는다




1 Comments
시원 2021.11.11 21:06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