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랜컬쳐와 함께하는 작가 노트, 조홍래 시인편 1
조홍래 시인. 화가
아메리카노와 라떼 이야기
조홍래
나이 들면 단 것이 땡긴다는 말
라떼를 권하는 사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되뇌이면
유리벽 바깥엔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웬지 땅을 붙잡고 있지 않다는 느낌
아, 2층이었지
옛날을 회상하는 말 같아 라떼는 썩 내키진 않고
다른 건 아는 게 없어 아메리카노
라면 한 그릇 보다도 비싸고
숭늉보다 맛 없는 것에 환장들 하는데
그렇지 못한 그 사람은 이 시대의 산물이 아닌 것인지
이도 저도 아닌 그 사람의 입장은 그냥 아메리카노
미제라면 환장하던 그때가 아닌데도 들어서면 아메리카노
양키 고 홈을 외치는 젊은이도 아메리카노
미쿡은 영원한 우방이라며 은하수 다방에 앉아 쌍화차를 마시던 그 사람
가요무대 재방을 보며 라떼 이야기를 하던 그 사람
손녀의 얼굴이 바탕화면으로 깔린 스마트 폰을 연신 보며
아, 프림 두 스푼이랬지
퇴행성 관절염으로 무릎이 탈난 미쓰 박,
은하수 다방은 당분간 휴업이다
♨작가노트♨
커피 한 잔 하자는 말은 관념적 표현이었다.
한때 잘 나갔다는 김 영감님의 소싯적, 아가씨를 꼬시려는 수작과 고백 멘트이기도 했다.
노른자 둥실 떠있는 한약내음 풍기는 쌍화차가 몸에 좋다며 매일처럼 은하수 다방을 찾는다.
카페에 가본들 아는 건 없고 얻어들은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 김 영감님,
쌍화차 보다도 맛 없는 것에 환장하는 요즘 사람들이 이해가지 않는다며
2층인 줄도 모르고 깜빡한 자신이 늙었단 것을 실감하면서도 아직은 괜찮단다.
단골손님의 커피 취향이 프림 두 스푼인지 세 스푼인지 깜빡 깜빡하며
스마트 폰의 손녀 사진만 보는 예순 중반의 미쓰 박,
세월로 쌓인 녹은 어쩔수 없었든지 슬관절 수술로 입원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