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랜컬쳐 기획 연재시詩, 김두기 시인편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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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랜컬쳐 기획 연재시詩, 김두기 시인편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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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기 시인의 희망 폐가 20


이빨 빠진 채 입을 벌리고 웃고 있는 집이

오늘도 어디론가 꾸덕꾸덕 가고 있다

지붕에 꼽은 꽃 몇 송이로 헤실헤실 웃음 날리고

가슴속 젖무덤 흔적까지 다 보이면서 출렁이고 있었다

가다가 바람 불면 잠시 멈추어 담아둔 기침 소리로

희미해져 가는 길을 깨우다 찔끔 흘린

찬 이슬 눈물에 말랐던 얼굴을 씻어낸다

처마 밑은 여전히 제비들이 놀다가 간 흔적만

같은 처지라는 듯 기다림을 열어놓았다

집이 말을 할 때마다 주름살은 자꾸 늘어가고 있다


가끔 햇살이 무단 점거하여 주인인 척할 때도

구석진 자리에 움츠리고 있는 어둠은 조용했다

먼 길을 떠날 것은 햇볕이 아니라 홀로 된 어둠이기에

이음새의 삐걱 거리는 소리를 손질하고 있었다

재대로 숨을 몰아 쉴 수 없지만

오랫동안 가야 하기에 감수해 낸다


감나무가 몇 번을 붉음을 터트리는 동안

새들과 귀뚜라미는 새로운 둥지를 찾아 떠나갔고

억지웃음 하나로 살아내야 하는 집의 눈망울이

감기는 졸음 속 별빛을 닮아가고 있다

점점 하나가 되어가는 하늘과 땅의 높이에서

집이 보내는 마지막 웃음을 하얗게 보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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