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곤 시인의 저녁 연서 3
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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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3 20:10
김재곤 시인
어미 새
김재곤
울 엄마는 새벽의 무게만큼
머리에 잔뜩 이고 십리 장터로
꿈길처럼 누벼 나선다
한 세월을 돌아 다시 돌아와도
굴곡진 가시밭은 쭈뼛거리며 일어서고
선잠 자다 깨어보면 소쩍새 여섯 마리 새끼
입술이 부러 턴다
천국이라 묻지 마소
지옥 아귀 구정물에 목 축이랴
허리는 간데없고 장대비가 내린다
오매는 죽어서 뭐가 되고 싶노
나는 새가 될끼다
와 하필이면 새가 되고 싶노
그냥 어디라도 훨훨 날아다니고 싶다
새벽을 이고 장에 간다던 어매는
보름달이 미타산에 휘영청 걸려서야
하얀 버선발로 오신다
소쩍새 날갯짓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