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랜컬쳐 기획 연재시詩, 김두기 시인편 19
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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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3 00:47
김마임 포토 친구
김두기 시인의 희망 폐가 19
쓰러져 가는 집이 겨우 기둥을 세우고
맑은 하늘을 바라본다
한때는 푸른 사람들이 들고나면서
흰 구름처럼 오가는 사람들과 어울렸지
들고 나는 사람들을 잡아본 적 없고 막아본 적 없고
긴 세월 방치라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하여도
오직 한자리만을 지켜온 날들
생의 모든 것을 사람들에게 내어주고
돌아온다는 소식도 듣지 못하고
허물어지는 속마음 마당에 던져둔 기다림뿐
더는 넘어가려는 걸 막을 힘이 없다
빈집의 영혼에 궁핍해진
빈방의 한쪽 구들장 온기의 기억으로 견뎌온 날들
그 집의 시간과 흔들림 사이로 민들레꽃 한 송이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며
노란 웃음 머금고 서있다
비 오면 가슴 적시고
바람 불면 가슴 열어버리고
아픈 가슴 비워가면서
오직 시간의 약속에 문고리 걸고
쭈그리고 앉은 노인처럼
존경의 눈길 아무도 주지 않는
늙음을 만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