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랜컬쳐 기획 연재시詩, 김두기 시인편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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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랜컬쳐 기획 연재시詩, 김두기 시인편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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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기 시인의 희망 폐가 19


쓰러져 가는 집이 겨우 기둥을 세우고

맑은 하늘을 바라본다

한때는 푸른 사람들이 들고나면서

흰 구름처럼 오가는 사람들과 어울렸지

들고 나는 사람들을 잡아본 적 없고 막아본 적 없고

긴 세월 방치라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하여도

오직 한자리만을 지켜온 날들

생의 모든 것을 사람들에게 내어주고

돌아온다는 소식도 듣지 못하고

허물어지는 속마음 마당에 던져둔 기다림뿐

더는 넘어가려는 걸 막을 힘이 없다

빈집의 영혼에 궁핍해진

빈방의 한쪽 구들장 온기의 기억으로 견뎌온 날들

그 집의 시간과 흔들림 사이로 민들레꽃 한 송이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며

노란 웃음 머금고 서있다

비 오면 가슴 적시고

바람 불면 가슴 열어버리고

아픈 가슴 비워가면서

오직 시간의 약속에 문고리 걸고

쭈그리고 앉은 노인처럼

존경의 눈길 아무도 주지 않는

늙음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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