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랜컬쳐 기획 연재시詩, 김두기 시인편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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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랜컬쳐 기획 연재시詩, 김두기 시인편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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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기 시인의 희망 폐가 18


                   김두기


낡은 집에서 말씀 하나가

바람처럼 흘러 지나간다

가끔은 혼자만의 중얼거림 같고

묵은 기침 소리 같아 무심히 흘려듣는다

조금 낡아도 괜찮음이야

조금 남루해 보여도 괜찮음이야

오래된 이음새에서 삐걱거리는 관절 소리가 때론 노래의 박자로 울려 퍼지겠지만 그것도 괜찮음이야

기억을 품속에 보듬고 그 기억으로 살아간다고 해도 괜찮음이야

사람이 들고 날 때 늙음을 미리 생각하며 살았다면 이렇게 늙음의 여유를 알지 못했을 거야

서서히 바람과 햇살에 내 모습 숨기지 않고 살았음이 참 괜찮음이야

약간 무너지고 없어지고 상처 난 곳 있어도 괜찮음이야

시간을 달관하며 살며서 미소 한번 지어보는 것도 참 괜찮음이야

오랜 세월을 보고 겪어온 늙음의 지혜가 쓰러져가는 집을 다독이기 있기에 괜찮음이야

더는 급할 것도 없고

더는 급하게 마무리 지을 것도 없는 늙음의 집

기다림도 외로움도 넘어가고 있는

기울어져 가는 집이 되어도 괜찮음이야

누가 꾸짖어도 비웃어도 늙음은 참 괜찮음이야

못생겨졌다고 힐금힐금 훔쳐보는 나무 잎사귀에도

괜찮음의 노래 들려줄 때 참 괜찮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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