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랜컬쳐 기획, 장원의 시인편 -파랑새의 단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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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랜컬쳐 기획, 장원의 시인편 -파랑새의 단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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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원의 시인




보금자리 마음자리


                    장원의


지난밤은 소풍 가기 전날 아이처럼 밤새 뒤척이느라 잠을 설쳤다.


오늘은 새로 이사 갈 집의 사전점검을 하러 가는 날이다.

우리는 모처럼 상기된 얼굴로 시계를 보면서 건성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아직도 나에게 설레는 마음이 생긴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기쁘다.


지금 살고 있는 집도 좋지만 둘이 지내기에는 넓은 편이다.

앞으로 게을러지기로 결심한 나에게는 청소가 은근히 부담이었는데 잘 되었다.

미국에 있는 아이들도 모두 독립해서 각자의 삶을 잘 살 고 있으니

이제는 우리만의 오붓한 곳으로 보금자리를 옮기는 것이다.

 

이사 갈 곳은 차량 없이 이동하는데 입지적 조건이 편리하고

코로나로 어려워진 가정경제가 집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


입주할 건물의 지하주차장으로 들어서는데 회사 측에서의 준비가 철저하다.

입주할 주민들을 환영하기 위해 준비된 상황을 보며 잘 선택했다는 안도의 마음이 들었다.

체계적이고 세심한 부분까지 배려하는 직원분들의 모습에 마음이 더욱 편안해졌다.


남편은 집안 구석구석 꼼꼼히 살펴보고 문제가 있는 곳에 '고쳐주세요'라고

쓰여있는 스티커를 붙인다. 순간 내 마음 어딘가에도  '고쳐주세요' 스티커를 붙이고 싶었다.


살던 곳을 떠나서 이사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환경의 변화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 맞는 마음도 함께 가는 것이리라


남편이 "장 작가님~ 원하시는 방을 고르시지요" 한다. 안방을 제외하고 작은방이 두 개다.

나는 책상 하나와 책꽂이 하나 놓으면 될 가장 작은 방으로 결정했다. 내가 시詩를 만날 장소이다.


마음은 이미 책상과 책 그리고 최근 새로 구입한 태블릿도 멋지게 올려놓은 모습을 그려본다.

왠지 모를 뿌듯함에 미소가 저절로 나오니 이런 마음이 행복일 것이다.


사랑과 위로의 따뜻한 글들이 화수분처럼 샘솟을 나만의 공간이 되기를 조용히 기도했다.


'어디에 가구를 놓을까'

'어떻게 아름답게 꾸밀까'

'무엇을 하면 집이 더 아늑해 보일까'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내 마음도 구석구석 살펴보기로 했다.


남은 며칠은 묵은 짐들을 정리해야 한다.

꼭 필요한 것은 남기고 필요하지 않은 것들은 과감히 버릴 것이다.


내 마음자리도 살피는 시간들이다.

마음속에 쌓인 먼지는 없는지 버려야 할 묵은 감정들은 없는지 살펴보리라.


사랑을,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작은 마음도 품을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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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중근 사진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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