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랑, 이 주의 디카시] 김경화 / 사위어갔다
끝났는데
아직 하늘을 붙들고 있다
마른 몸만, 죽어서도
헛기침 남긴다
_김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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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는 우리 민족의 기개를 상징하는 나무입니다.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푸른 빛을 잃지 않고 수백 년을 버티지만, 최근 들어 산불과 재선충의 위협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쓰러지고 있습니다. 한순간에 숲을 집어삼키는 불길,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서히 생명을 갉아먹는 재선충. 그렇게 오랜 세월을 견뎌온 소나무도 단 몇 주 만에 허망하게 스러지고 맙니다.
사진 속 소나무 역시 생명을 다했지만, 그 자태는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하늘을 향해 뻗은 가지는 마치 마지막 순간까지 존재를 증명하려는 듯합니다. "마른 몸만, 죽어서도 / 헛기침 남긴다"는 시구처럼, 바람이 불면 마른 가지는 헛기침하듯 떨릴 것입니다. 그것은 단순한 흔들림이 아니라, 사라지는 존재가 남기고 가는 마지막 외침처럼 느껴집니다.
이 나무가 서 있는 곳은 고축사(誥軸砂, 일명 정승사) 형상의 명당입니다. 예로부터 재상이 나온다는 귀한 자리에서 스러진 소나무는, 마치 더 큰 의미를 남기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듯 보입니다. 삶이 끝났어도 쓰러지지 않는 강인함, 마지막까지 기품을 잃지 않는 모습은 단순한 자연의 일부가 아니라, 한 시대의 정신을 담은 존재로 다가옵니다.
소나무의 죽음은 단순한 소멸이 아닙니다. 그것이 남긴 헛기침은 우리가 반드시 들어야 할 자연의 경고이자, 잊지 말아야 할 생명의 흔적입니다.
감상:김석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