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랑, 이 주의 디카시] 위점숙 / 잘못된 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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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랑, 이 주의 디카시] 위점숙 / 잘못된 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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헹가래 치는 줄 알았다
모두 환호하는 것 같았다

순간,
누군가의 짐은 아닐까

바람아 불어다오

_위점숙


ㅡㅡㅡ
시인의 디카시는 세기적인 고전을 한 편 읽는 듯하다.
돈키호테는 중세 소설에 심취해 진짜 편력 기사처럼 애마와 종자를 갖추어 모험을 떠난다.
억압받는 이들을 구원할 자는 오직 자신이,
해야 할 기사도 정신 때문이다.
그를 아는 이들은 끊임없이 현실을 깨닫도록 시도하지만 다시 길을 떠난다. 결국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현실을 깨닫자 시름시름 앓다가 눈을 감는다.
중세 기사로 인식할 때는 세상의 악과 싸워야 되기에 무서운 것도 힘든 것도 당연한 일이었지만 자신의 이름으로 돌아온 알론소 키하노는 현실적으로 보잘 것이 없었다.

인식은 삶이다. 자기를 정의하는 대로 살기 때문이다. 환호성을 받으며 헹가래 치는 줄 알았는데 누군가에게 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바람이라도 불어와 날아가고 싶다. 잘못된 비행은 불청객인 불시착이니까.

인식은 차이를 만든다. 자신을 어떻게 믿고 사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헹가래나 무거운 짐처럼 극과 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헹가래 치며 환호하고 있는 벅찬 감격에서 내려오고 싶지 않은 유쾌하고 깊은 울림이 있는 디카시다.


감상: 정미순 (중랑디카시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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