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다섯째 주 장원] 퇴고(推敲) / 이동제
퇴고(推敲)
밀어도
두들겨도
문은 열리지 않는다
풋내 몰씬한
글초는 무성한데
_이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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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글쓰기는 고쳐쓰기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이 말은 퇴고의 중요성을 강력하게 강조한다. 글쓰기는 긴 산통과 같다. 초기 습작은 불확실성과 고뇌로 가득하지만, 수많은 퇴고를 거쳐 문장을 다듬고 의미를 명확히 하는 지난한 노력이 결국 '자식 같은 글 하나'를 탄생시킨다. 이는 작가의 땀과 고뇌가 응축된 생명체와 같은 존재다.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문인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퇴고의 문'을 열기 위해 글을 쓰고 지우는 반복적인 과정을 통해 비로소 그 자리에 오르는 것이다.
이 시는 문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글쓰기의 숙명을 절묘하게 포착한다. 굳게 닫힌 문은 완성되지 않은 '초고'를 대변하는 듯하다. 문을 밀고 두들겨도 쉽사리 열리지 않는 모습에서 글쓰기의 고통, 특히 '퇴고'의 어려움을 발견하게 된다. '풋내 몰씬한 글초는 무성한데'라는 시구는 초기 습작의 넘쳐나는 생명력을 보여준다. 사진 속 풀밭처럼 무성한 '글초'는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거칠지만 잠재력 가득한 글의 초안이다. 여기서 희망의 씨앗을 놓지 않는 작가의 왕성한 작품 활동과 강인한 의지가 엿보인다.
이 작품은 글쓰기가 단순한 재능을 넘어, 끊임없는 퇴고와 고뇌를 통해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감상: 김석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