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 시인의 살아갈수록 단단해 지고 싶은 시詩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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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시인의 살아갈수록 단단해 지고 싶은 시詩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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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우 시인



밤 가시 


     이정우


익어 가면 익어 갈수록

끝단은

더 단단해지고

더 날카로워졌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지고 있는 모든 것

아무 조건 없이

다 드리고 싶어서


새벽이슬 맞으며

아무도 없는 산등성이를

창검 들고

밤을 지새웠습니다


속에 있는 보물

상하지 않을까

염려 붙잡고 놓고

온몸을

세상 근심으로 감쌌습니다


가을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오면

책무 다 마쳤다고

끝마무리 짖기 위해


속에 있는 보물

다 꺼내어 놓고

쩍 하게 가슴 벌리며

두 손에 바쳤습니다


(2021.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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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우 사진 작



미나리의 눈물


               이정우

<미나리 영화를 보고 나서>



막막한 가슴

숨통을

짓누른다


슬픔 감추지 못해

눈물이 된다


얼마나 많이 울면

속에 있는


아픔의 찌꺼기

다 쏟아져 나올까


눈물방울

떨어지는 소리에

울분 토한다


이역만리

붙잡고 있는

이질의 갈등이


다 놓고 떠날 때까지

쏟아져 내리는

절망의 나락된다


고통의 바다에

주룩주룩

빠지는 통증은


모든 것

앗아가 버린 화마의

불길


집어삼킨

세상 저 너머 끝에서

찾아온 분노


활활 이글거리며

촛점 잃은 눈물바다에

비틀 빠진다


(2021. 9. 22)





삼색 신호등 


         이정우

 

 정확한 시간에 맞추어

일어났다가 앉기를 

수천만 번

 

큰 눈 뜨고 정지선

지키는지 아니 지키는지

 

바라보고 또 바라보기를

무한 소수점 찾아

껐다 켜기를 반복한다

 

폭염 가운데에서도

폭풍우 몰아치는 야밤에도

 

호루라기 입에 물고

빨간 등 켜서

하늘 높이 치켜세운다

 

아무리 급한 마음을 먹었어도

성질 사나운 야수가 

달려 들어왔어도

 

한숨 돌리며

참고 조용히 기다려 보라고

때를 다독인다

 

한 템포 늦게 가야만

빨리 갈 수 있다는

달리기의 비법 알려 주려고

 

늦은 봄꽃비 내리는 날

청아한 이슬 머금고 솟아오른

연초록 새순의 잎새

산들바람에 날리며

 

하늘 높이 달려보라고

격려의 초록 등 

환하게 눈을 밝힌다

 

때때로 너무 앞서 

달리지 말라며

개나리 노랑 꽃등 

가지 꺾어 

가는 발걸음 세운다

 

(2021. 7. 30)




피아니시모 


       이정우


강한 자 중에 약한 자의

심장박동 소리이다


크게 들리는 음성 속에

아니 들리는 음성이다


손으로 느껴지는 맥 놀림

미동으로 감지한다


겉껍데기 벗어낸

여린 속살의 속삭임이다


들어내지 않는 숨결

땅 꺼지는 한숨


속으로 꼴깍

삼키는 순간 포착이다


촛불 바람으로 흔들리는

불꽃 심지의 움직임이다


강한 심줄 속아낸

부드러움의 마지막 떨림이다


(2021.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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