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랜컬쳐와 함께하는 작가 노트, 안갑선 시인편 3

사람과 책

포랜컬쳐와 함께하는 작가 노트, 안갑선 시인편 3

포랜컬쳐 0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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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갑선 시인의 행복



원자번호 26번 기호 Fe

 

                            안갑선

 

자갈보다 못생긴 돌이 배드에 몸이 결박당한 채 누워 있다 

사슴도 거들떠보지 않던 눈물 붉은 눈물 흥건하다

이미 용광로에서 철 또는 쇠라고 개명하고 또는 유식하거나 

중요한 이미지 떠올리는 듯한 이름 아니면 미래의 죄수처럼 붙여진 이름 


축이 엔드밀과 드릴을 번갈아 움켜잡고 현란한 솜씨로 대수술 집도하고 있다 

재단사 가위질에 잘려나가는 원단과 재봉틀에 봉재된 꾸밈새. 

다리미질에 매끈한 맵시가 돋보이는 것처럼 살점을 잘라내고 뚫으며 카터로 깎아대고 있다

 한 겹 한 겹씩 촌스러움 벗겨질 때마다 최초의 아름다움이

지구 가장 깊숙한 곳에 숨어 있던 것을 발견하여 경악하는 탐험가 보는 듯 

제품이라는 용의한 용도 맞게 형체가 바뀌며 광채를 드러내고 있다

저 초라하고 때깔 없는 돌의 진면목 알고 비와 바람도 태고적부터 씻고 문질렀을 터 

수술이 정점에 이르자 서서히 드러나는 오- 방금 샤워를 끝낸 애인 같은 눈부신 보석 


살을 도려내고 깎아야 비로소 생명 얻고 시련과 고통 겪어야 사는 것이라지만 

이름값 못하고 녹슬고 있는 나는 누가 사람답게 가공해 줄까 

파고처럼 밀려드는 질투심에 철의 뼈와 살점 모아 선술집에서 잔에 고독한 술을 채운다


◐작가노트◑

명예퇴직을 하고 작은 정밀 회사에 입사를 하였다.

난생처음 기계 앞에서 일을 하는데

쇠가 쇠를 깎는 것이 참으로 신기했다

깎고 뚫고 다듬어 만들어진 것은 예술품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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