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귀 시인의 사랑의 시詩어들, 배색이 이루어 낸 향토적 삶
전영귀 시인
사랑의 시詩어들, 배색이 이루어 낸 향토적 삶
-첨삭 없이 살았던 그녀, 전영귀 시인
바람결에 들었다
세상 안에 귀를 메어두고 구름 저편 떠다닐 때
이명처럼 잉잉거리던 그 무수한
귓속말...
시詩녀살이 칠여 년, 이제
터뜨릴 때 됐잖아?
시집 전체에서 우러나는 그녀의 자서이다.
전영귀 시인의 시는 신중한 수채화다.
시도 삶도 애써 꾸미려하지 않는다.
다만 합위일체의 자연과 사람을 야무지게도 공존의 위치에서 제 구실로 엮어낸다.
하물며 사용하는 언어라고 기교로 에너지를 흩트릴 그녀도 아니다.
다만 서 있는 곳에서 바로 보고 바로 한 사유의 그릇을 놓고 싶어 한다.
한낮의 뜨거운 열망을 안고 밤하늘의 별 속에 음표를 그리는 그녀를 상상한다.
물방울 소리 튕구르르함으로 하루를 묻어가는 편지처럼 은하수에 담아 보낸다.
혼자서 되새겨 온 언어들이, 그 응답이 한권의 시집으로 다시 태어났다.
아마도 그녀는 이 시집으로 작은 행복 찾기의 시작詩作일 것이다.
저물녁, 사람 사이에 주는 인정처럼 한편 한편의 시는 감성으로 이끈다.
사랑의 긴 그림자를 남긴다. 코스모스처럼 피워 올린다.
혹여 외면된 소망이 있거든 속시 <무심>을 느껴보아라.
더 깊이 더 가까이 시집 속으로 들어서기를 권유합니다.
듬뿍 축하드립니다.
더 깊이 볼 수 있어 다행이야
전영귀
왜바람 홀로 버티어 서 있었군요
- 식솔들 밥그릇 무던히도 찍던 발이 몹시 부었네요
이참에 쉬어가요
-목련꽃 숨죽일 때마다, 힘든 기억 하나 둘
떨구어 내는 것도 좋겠어요
입술을 감추니 눈동자가 말을 한다
우물에 잠긴 산 그림자처럼
서로의 수심慾心을 살피라고
보이지 않는 미물이 귀띔해 준다
안도 밖도 의미가 된다는 걸
단단한 벽에 갇혀서야 알게 된다
능소화, 하늘 꽃
전영귀
"여보,
세상 밖으로 고개 내밀면 부끄러워 어떻게 해요?"
해와 달 수백 년 돌고 돌아
귓불 붉힌 능소화
“검은 머리 셰도록 어여삐 살자시던 임, 자내 샹해
날 다려 닐 오대 둘이 머리 셰도록 사다가 함께
죽쟈 하시더니 엇디하야 나를 두고 자내 몬져 가시노”
바람 종이에 눈물 찍어 써 내려간
사백오십 년 만에 배달된 원이 엄마 편지
귀래정 담장 너머
수줍은 듯 보란 듯 빼곡히 펼쳐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