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랜컬쳐와 함께하는 작가 노트, 조희선 시인편 1
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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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3 11:35
조희선 시인
쿠마리
栖琳 조희선
완전무결한 여신
추앙받는 의미를 깨닫기에는
성급한 어린아이였다
노쇠한 머리 조아리는
그들의 뜻을
짐작이나 했으리
여성으로 다시 태어나는 날
신의 계단을 걸어 내려오는 그녀의
휘청이는 다리는 쓰러질 듯 위태롭다
성녀의 타락과 함께
고독한 삶을 걸어야 하는
하중이 버겁다
무기력한 일상을 벗어 던지고
활짝 피어 나는 날 언제일까
안타까이 가는 시간의 감옥은 여전하다
내 아이는 안전한가
내 아이의 삶은 쿠마리를 벗어났을까
*쿠마리: 살아있는 여신으로 숭배받는 네팔의 여신이다.
♣작가노트♣
요즘 아이들은 과보호를 받으며 부모가 만든 프로그램에 따라서
움직이고 공부하며 늘 시간에 쫓기는 삶을 살고 있다.
스스로 삶을 꾸려가지 못하고 타의에 의한 삶만이
존재하는 아이들과 쿠마리가 된 아이의 삶이 오버랩 된다.
스스로의 삶을 결정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의존하는 삶,
여신이라는 칭호에 마추느라 말 한마디,
웃음소리조차 낼 수 없는 아이의 삶,
자의가 아닌 타의의 삶을 살아야 하는 그들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