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랜컬쳐와 함께하는 작가 노트, 한병진 시인편 1

사람과 책

포랜컬쳐와 함께하는 작가 노트, 한병진 시인편 1

소하 0 338

7890d97a8cc93bdf1fc3f91d7f1682a9_1630551023_53.png

                    한병진 시인



양파같은 삶


     운암 한병진


양파 껍질을 벗기며

살아온 삶이

뒤돌아 흘린 눈물로

세월이 흠뻑 젖어 있다


한꺼플씩 벗겨질 때마다

무언가 있을거라고

열살이 아니고

스무살도 아니고

많은 날을 숨죽이며 살았다


달려온 길이 숨차면

수탉처럼 목을 빼고 울었지만

울음만큼 진한 웃음도 있어

서른살이 아니고

마흔살도 아니언만

양파속살을 매만지며 웃고 있었다


노을녁 도시 귀퉁이

저마다 갈길 서둘러 흩어질 때

쉰살이 아니고

예순살도 아닌것이

양파 깊숙한 속알맹이 찾았을 때

어릴 적 바보친구 맹한 눈길속 마냥

허연살 드러낸 눈물만 흐르고 있었다.



★작가노트★


양파속에 무언가 있을거라 생각했다

속이 꽉찬 알맹이가 가득 있을거라고.....

양파껍질을 벗기며 눈물을 흘렸을지라도

속알맹이 깊숙한 곳에 깜찍한 씨앗이 있을거라고

그렇게 껍질을 벗기며 살았다


이제 양파속을 헤집을 필요가 없다

양파속엔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양파를 들고 있다

여전히 양파를 벗기고 있다.


삶을 살아가면서 무언가 있을거라고

양파 벗기듯이 살아가는 것이 인생인가 봅니다.




0 Comments